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12일 중국 위안화 표시 국채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가 언제든 중국경기의 급격한 경기하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미국 등 선진국 초저금리 정책으로 외부로부터의 유동성이 확대되며 호경기를 누리고 있어 은행 부실이 표면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조치에 들어가고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서면서 어느 순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고 이는 대규모 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피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 대외지급자산 능력을 감안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장기 외화채권 신용등급은 각각 기존의 A+를 유지하고 등급전망도 '안정적'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경제 내부의 상황이다. 피치는 은행 부실채권이 중국 국내총생산(GDPㆍ5조7,876억달러)의 140%까지 치솟아 GDP의 10~30%까지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ㆍ재정확대 정책을 쓰면서 세계 곳곳에서 자산가격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베이징 평균 주택가격이 지난 2년여간 2배 이상 뛰는 등 상하이ㆍ선전 등 주요 대도시의 주택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투기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주택가격은 1월과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씩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이 잡히기는커녕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책 약발이 다하면서 오히려 매입을 미루던 투기꾼들이 다시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호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 가격의 급락 조짐이 없고 이에 따라 은행 대출부실률도 1%대로 양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잠재부실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치도 잠재부실을 보수적으로 본다면 6%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표적 예로 지방정부는 잇달아 투자신탁회사를 세운 다음 이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부동산 개발 자금을 빌렸는데 이 같은 방식의 대출이 은행 장부에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은행 공식대출은 7조5,000억위안이지만 이 같은 장부 외 대출까지 포함하면 10조위안(1조5,30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다 갈수록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가 금리인상, 부동산 대출 억제 등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은행대출 부실의 현실화가 생각보다 빨리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정부 목표치(4%)를 넘는 4.9%를 기록했고 오는 15일 발표 예정인 3월 상승률은 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