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를 넘어서려면/김철수 WTO 사무차장(송현칼럼)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수혜국으로 전락했다. 그것도 세계금융역사상 유례없는 초거액의 구제금융이다. 게다가 예상과는 달리 구제금융 결정 이후에도 우리의 상황은 좀처럼 좋아지고 있지 않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국가는 하루아침에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세계각국에 타산지석으로 보여주고 말았다.IMF와 세계각국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된 이 초유의 경제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많은 원인진단과 처방이 있겠으나 이에 앞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만 극복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첫째, 현 경제위기가 절대로 국가부도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한다. 만의 하나 냉엄한 국제금융의 생리를 간과하고 우리의 잣대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거나 감정적 차원에서 대처하다가 채무불이행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 둘째, 이번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각 경제주체의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극복될 수 없다. 너무 조급하게 효과를 기대하다가는 자칫 무리수를 두게 된다. 셋째,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우리 국민이 처음에 느낀 감정은 수치와 경악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은 점차 고통으로 바뀌게 된다.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닥쳐올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이를 분담할 자세로 임해야 한다. 넷째, 지금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국제기구와 외국의 자본이다. 한편으로는 긴급자금을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비난한다면 이율배반적이다. 이번 위기의 근본원인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었고 우리의 필요에 의해 국제기구와 외국에 손을 벌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야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 이미 많은 처방들이 나와 있지만 이와 관련하여 두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다. 우선 신뢰에 대한 것이다. 현 위기의 본질이 우리에 대한 신뢰상실에 있고 따라서 위기극복의 시발점도 신뢰회복에 있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남이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상대국과 기본원칙에 대해서 합의해놓고도 집행과정에서 보편성을 갖기 어려운 독단적 기준에 의해 처리함으로써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 현재 IMF 조건들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큰 원칙에는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는 듯하나 이제부터의 실천과정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큰 빗장은 열면서 작은 빗장은 계속 잠가두는 식은 세계가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둘째는 개방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처한 위기의 원인이 지나친 개방에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방과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지고 이에따라 일국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나라로 문제가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에서 경제의 세계화와 개방이 금융위기를 확산시킨다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금융분야의 개방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성장한 경제규모를 효율적으로 받쳐주지 못했던 금융시스템의 낙후와 감독체계의 미비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우리경제가 외채를 갚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될 수밖에 없다. 대외지향적인 경제운영을 하자면 대외개방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금융부문의 개방은 이 부문의 경쟁력강화와 투명성확보 차원에서 더욱 빨리 진전되어야 하며 이에 대비하여 시급히 금융인프라를 구축하고 금융기관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위기를 극복하자면 사태의 성격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 정확한 처방, 그리고 국력을 모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 등 세가지 핵심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새 정부는 확고한 철학과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막연한 장밋빛 환상만 심어줘서는 안된다.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희망은 잃지 않되 고통을 참자고 호소하면서 인기없는 정책을 추진할 각오를 밝혀야 한다. 국민들도 새 정부가 앞장서서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할 때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위기를 그동안 말로만 외치며 실천하지 못했던 우리경제의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들 중에는 성공적으로 일어선 나라도 있고 오히려 더 사정이 악화된 나라들도 있다. 결국 우리 하기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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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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