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보석상 티파니를 전 세계에 알려준 트루만 카포티의 소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출간된 지 50주년 되는 해였다. 그러나 티파니는 소설보다 이 글을 바탕으로 파라마운트가 만든 오드리 헵번 주연의 동명영화로 대중의 마음에 동경의 장소로 남게 됐다. 영화는 헨리 맨시니의 감미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인적이 끊긴 새벽, 파티걸 할리 골라이틀 리가 택시에서 내려 티파니의 진열창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방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보석으로 잔뜩 치장한 할리가 초록색 안경 속의 커다란 눈으로 보석 구경을 하면서 봉투에서 빵을 꺼내 먹는 모습이 하늘에서 잠깐 내려온 천사와도 같다. 바로 이것이 티파니에서의 아침이다. 끼니를 굶은 요정 같은 헵번의 청순미가 새벽공기처럼 신선한데 이와 함께 헵번이 옛날 우리 할머니들이 태우던 긴 담뱃대 만한 물부리를 든(사진) 모습으로 헵번과 할리는 하나처럼 됐다. 텍사스 촌닭 출신 할리는 자유혼과 독립심을 지닌 여자이면서도 다치기 쉬운 여린 성격이었다. 할리가 가출해 뉴욕에 온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다. 영화에서 할리는 파티걸로 묘사되지만 사실 할리는 고급 창녀다. 도대체 할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할리의 매니저는 할리를 ‘진짜 가짜’라고 부른다. 할리의 모든 것이 가짜이지만 그것에 철저히 충실해 가짜가 진짜가 된 것이다. 엉성한 진짜보다 진짜 가짜가 정말 진짜라는 것을 할리는 아이처럼 뛰놀며 보여줘 우리는 할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의 여인상과 단절한 새 여인의 탄생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카포티는 이 영화를 싫어했다고 한다. 글과 달리 할리가 뉴욕을 떠나지 않고 돈 많은 유부녀(패트리셔 닐)의 기둥서방 출신으로 풋내기 작가인 애인 폴(조지 페파드)의 품에 안기는 할리우드식 해피엔딩 때문이었다. 카포티는 할리 역으로 마릴린 먼로를 원했다. 1837년에 개업한 티파니는 관광객들에게 5번가 최고 명소로, 카포티의 책은 지금도 매년 3만부 정도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