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m의 기적'이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에게 우승을 안겼다.
30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CC(파72·6,66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4라운드. 12번홀(파4)에서 유소연은 두 번째 샷을 2단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파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 유소연은 그러나 18m 거리에서 1퍼트 버디로 마무리했고 자신도 놀란 듯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한 번뿐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유소연은 전날 같은 홀 같은 거리에서도 1퍼트 버디로 마무리했다. 18m의 기적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유소연은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로 우승했다. 장하나(23·비씨카드)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상금 1억6,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장하나와 9언더파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유소연은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더블 보기를 범한 장하나를 3타 차로 밀어냈다. 하지만 9·10번홀에서 보기를 적으면서 다시 동타가 됐다. 승부처는 12번홀이었다. 유소연에게 예상 못 한 버디를 맞은 장하나는 비교적 쉬운 버디를 놓쳤고 13·14번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버디 5개에 보기 3개로 2타를 줄인 유소연은 이븐파(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의 장하나를 여유 있게 꺾고 1년 만에 우승을 맛봤다. 2011년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이듬해 LPGA 투어에 진출한 유소연은 지난해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대회 최소타 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 시즌 한 번의 컷 탈락도 없이 준우승 한 번과 공동 3위 두 번으로 상금랭킹 6위에 오르면서도 결정적 한 방이 터지지 않아 번번이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유소연의 KLPGA 투어 통산 승수는 9승이 됐다. 근 2년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유소연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다 9월6일 출국한다. 다음 도전은 10일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LPGA 투어 통산 3승이 있는 유소연은 "최근 계속 우승에 가까운 경기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LPGA 투어 멤버인 유소연과 장하나가 3위와 4타 차 거리를 두고 우승 경쟁을 펼쳤다. LPGA 투어 선수가 KLPGA 투어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횟수는 올 시즌 벌써 3번. 우수 선수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로 인한 국내 투어의 경쟁력 약화를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유소연은 "나는 LPGA 투어를 뛰면서 어려운 코스에 많이 익숙해졌는데 국내 투어 선수들은 그린이 어려운 하이원CC 코스 공략에 조금 더 어려움을 겪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상금 선두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3언더파 공동 7위로 마쳤고 시즌 3승이 있는 고진영(20·넵스)은 2라운드 뒤 9오버파로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