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자 만족사례] 차범석(극작가.문예술진흥원장)

술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은 가지가지이다. 더러는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지만 나는 즐기기 위해서 마신다. 무엇을 즐기느냐고 묻는다면 첫째로 그 향기요, 둘째로 빛깔이요, 셋째로 입안에 약간 머금었다가 흘러 넘기는 촉감이 좋다. 생각해 보라. 캄캄한 어둠 속에서 코를 막고 마셔도 좋다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매취순」은 일품(逸品)이요 명주이다.매실의 향과 호박색 빛깔과 알맞는 알콜도수와 달보드라운 맛은 천하일품이다. 어떤 사람은 단맛이 있어 저항을 느낀다지만 그건 단맛이 아니라 정(情)의 맛일게다. 그래서 여성과 마주앉아 마시는 술로는 뭐라해도 매취순이 제격이다. 나는 고루한 지역감정에서 매취순을 들먹이는 졸장부는 아니다. 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제법 술도 마셨지만 누구나 처음 마실때는 일종의 경계심과 감별본능이 발동하는게 상례이다. 그러나 매취순은 고향에서 나는 술이라는데서 이미 친근감과 신뢰감이 있기에 거부감이 없다. 게다가 매실이 내포하고 있는 약효성분은 이를테면 건강에도 도움을 주니 어찌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매취순은 향기가 좋다. 5년을 숙성해서 빚어낸 그 술은 이를테면 양조공들의 정성과 인내와 봉사정신의 결정체임에 틀림없다. 내가 매취순을 즐기는 건 이른바 폭탄주라는 과거의 군사문화 잔재가 싫어서이기도 하다. 술이란 천천히 여유있게 눈과 마음으로 즐기되 주흥에 실어 노래와 춤의 삼박자라야 제격이다. 그래서 술이 좋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연설을 하거나 싸움질을 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촌놈은 없다. 술은 오직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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