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개정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파업사태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노동 사회문제위원회(ELSA)는 오는 22일 한국의 노동분쟁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긴급임시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10일 우리 정부에 보내왔고 정부와 노동계 전경련이 이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이후 한국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 열리는 특별위원회가 우리 내부의 수치스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는데 착잡한 감회를 금할 수 없다. 이 회의에서 이해관계가 대립돼 있는 한국의 대표들은 다른 회원국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를 비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OECD가입은 우리의 의식이나 생활규범을 선진국수준에 맞춘다는데 목적이 있었다. 노동법 개정 취지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규범이 국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규범을 강요당할 경우 범국민적으로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일차적인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촉발된 파업사태가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까지 불려나가 서로를 비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은 자업자득 치고는 대가가 너무 수치스럽다.
노동계는 노동법개정의 부당성을 강조할 것이고, 정부는 법개정의 불가피성과 정부가 마련중인 노동자를 위한 고용안정 대책을 역설할 것이다. 또 OECD는 기구의 성격상 심판을 내리거나 조치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가지고 남으로부터 「권고」를 듣게 된 것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정 노동법에서 국제규범에 미흡한 점이라면 복수노조제의 유예와 교원단결권의 불인정 문제 정도일 것이다. 이번 파업사태를 촉발시킨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인 복수노조 문제는 정부안에 허용키로 됐던 것인데 여당이 유보시켰다. 여야협상을 거쳤다면, 또 최소한 여당 내에서만이라도 이 문제가 공론에 부쳐졌다면 그같은 무리한 법개정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한국적 여건을 설명한다하더라도 그같은 처리의 무모성으로 인해 국제적인 수긍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OECD는 이 부분에 대한 재검토를 한국정부와 국회에 권유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같은 권유가 앞으로 이 법 시행과정에서 수용되는 방향으로 이번노동분규가 수습된다 해도 망신의 대가는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