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영화의 관객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문화 강국임을 자랑하는 프랑스조차도 자국영화 관객점유율이 35%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성과이다.
이러한 우리 영화의 성공은 문화적 자존심을 세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농업을 비롯한 국내 여러 산업 부문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영화의 성공요인을 통해 냉엄한 국제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단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 영화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도 열정에 넘치는 인재들이 끊임없이 영화산업에 유입됐다는 점이다.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외면할 때에도 이들은 선진 영화를 벤치마킹하고 마케팅 기법을 습득하면서 성공의 발판을 닦았다. 또 할리우드 영화로는 채워지지 않는 우리 관객들의 독특한 감성에 호소해 한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소재와 주제들을 영화화 했다는 점도 성공요인으로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두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가벼운 코믹물이나 멜로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이후 분단상황이나 가족애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면서 영화산업의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었다. 요약하면 인재확보, 고객중심주의, 지속적인 혁신(Innovation)이 우리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요인 중 어느 것 하나도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누구나 알고 있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이뤄낸 영화인들의 열정과 역동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0~80년대 침체기에 이들이 남의 탓만 하고 있었다면 우리 영화의 부활은 한낱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개방압력이 거세지면서 우리 산업의 보호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물론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보호조치는 필요하며 때로는 필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으로 산업에 역동성을 주는 것은 산업 관계자들의 열정과 혁신이며 제도적 보호는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지켜준 영화인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