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 것 같다. 언론 매체마다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이 대종을 이루고 이곳 저곳에 합종연횡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후보들은 어떻게든 당선되기 위해 각종 형태의 연합을 시도하고 심지어는 권력구조도 입맛대로 바꾸려하고 있다. 내각제에 신념을 가진 정당도 있지만 짐짓 당선가능성만 믿고 아무런 철학도 없이 움직이는 후보들도 있다. 과연 우리네 서민들이 권력구조의 개편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와중에 경제는 더욱 꼬이고 있다. 기업여건도 자금시장도 외환시장도 모두다 어려운 형국이다. 산업 전반이 구조조정기라지만 어디서부터 탈출구를 찾아야 할지 상당히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게다가 대선이 겹쳐 있으니 앞으로 상당기간은 별다른 정책을 기대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레임 덕 현상이 이미 심각하고 기업이나 정부관리들도 주요사안을 대선이후로 미루는 경향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희망이 있다면 후보들이 모두 경제대통령에 적격이라고 주장하니 누가 되어도 내년부터는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어느 후보도 명확한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을 다니고 중소기업을 방문하며 모두다 육성해주겠다는 감언이설만 늘어날 뿐 실제 시행하여야 할 경제개혁에 대해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제대통령론을 펼치면서도 권력구조의 개편에만 열을 올릴 뿐 차별화된 경제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대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온 경제얘기들은 너무나 원론적인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원론은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에 불과할 뿐 그 속에서 차별화된 대안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모든 부문을 지원하겠다는 식의 정책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공약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차별화된 경제정책도 못밝히는 후보군을 놓고 경제대통령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 백지수표를 위임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렇게 해서 당선된 대통령은 깜짝 쇼를 연출하기도 하고 권력구조처럼 입맛대로 모험적인 경제개혁을 시도할 지도 모른다. 이는 삼류 저개발국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대선은 결코 「미스 대통령」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신변의 잡다한 얘기나 얼굴만을 보고 뽑는 후진국형 선거에서 탈피해야 할것이다. 전파를 통한 선거전이 정책보다는 외양을 보고 후보를 선택케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방송문화의 발달이 행여 이러한 부작용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정치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하루빨리 차별화된 경제정책을 밝혀야 한다. 일부 계층으로부터 표를 잃는 회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회생을 위한 대안을 선거 전에 먼저 밝혀야 한다.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손실을 입는 계층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모든 부문에 달콤한 유혹을 던져 줄 수 있는 정책은 생각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주요 경제문제에 과감한 대안을 제시하는 용기가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금융시장의 자율화는 어떻게 하고 정부 조직의 경량화는 어떻게 달성하며 규제 완화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또한 공기업의 민영화는 어떻게 추진하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민자유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부고속전철과 같은 국책사업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런 현안에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후보가 어떻게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후보들의 색깔은 과거보다는 미래의 정책을 통해서 나타나야 할것이다. 어느 색깔이 과연 경제대통령의 자질이 있는지를 미리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