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기 수출지원 이대론 안된다] <3> 서비스 경쟁 시급

해외 현지 마케팅 코트라 독점 탈피를<br>'열린 무역관'은 말뿐 매너리즘에 효율 떨어져<br>창구 2~3곳으로 늘리고 민간 네트워크 적극 활용… 기업 원하는 곳 찾게해야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체제 도입 등 수출지원 공공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무역의 날 기념식 모습. /서울경제DB


박근혜 정부가 '중소기업 강국'을 만드는데 성공하려면 정부내 중소기업 수출 콘트롤타워를 세우고 공공부문의 경쟁체제를 구축, 제대로된 지원 인프라를 닦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70년대 수출드라이브 정책처럼 '제2의 수출입국' 슬로건 하에 공공부문이 경쟁시스템을 통해 양질의 해외마케팅 서비스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는 현재 코트라(KOTRA) 해외 무역관 체제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출지원 공공서비스가 사실상 각종 폐해를 낳고 있어 코트라의 독점적 지위를 혁파, 공공부문에서 수출지원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함께 중소업계에서는 코트라에 주는 2,253억원(2012년 기준)의 정부보조금을 민간 부문으로 돌려 민간 무역 네트워크를 적극 지원하는 등 민간과 공공 부문을 경쟁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새 정부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189개 수출진흥사업을 코트라로 통합'하는 방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수출 창구 일원화 조치로 가뜩이나 코트라 지원체제에 큰 부실이 나타나는 판국에 한 기관에 모든 역할을 몰아주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

오히려 2~3개 기관 정도로 수출 창구를 분산해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을 꾀하고 독점 기관이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서비스에 따라 기관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A무역업체 대표는 "코트라가 말로는 '열린무역관' 이라 하지만 외국 현지에서는 현실성 없는 광고 문구일 뿐"이라며 "중기 수출지원 유관기관인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협회, 코이카 등과 협력을 절대 하지 않는 철밥통의 철옹성"이라고 비판했다.


B중소기업 대표이사는 "코트라 서비스가 답답해도 다른 대안이 없으니 결국 코트라 눈치를 또 볼 수 밖에 없다"며 "무역관에서 업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업체가 무역관을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업체 관계자는 "수출 창구가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기업이 적어도 2~3가지의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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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계의 의견을 요약하면 현재 지경부-코트라의 수출지원 체계는 기관간 유기적인 협조가 불가능해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코트라는 월드챔프 부실운영 사례에서 여실히 증명됐듯 지난해 중소기업지원본부까지 신설하며 관련 조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해외 마케팅 실력이나 경험, 의지가 턱없이 부족,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해외마케팅 지원은 중기청 등이, 해외 현지 지원은 코트라가 각각 담당하게끔 인위적으로 나뉘어진 현 중기 수출지원체제 안에서는 각 기관들이 경쟁도, 공조도 하지 못하고 있어 비효율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유관기관들이 생색내기용 사업만 경쟁적으로 남발하며 큰 효과도 못보고 예산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높은 형국이다.

D업체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수출지원체계 일원화 조치 이후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정말 높은 게 사실"이라며 "코트라가 모두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떠맡고 있는 사업을 타기관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도 "우리나라가 수출 1조달러 달성을 넘어 2조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수출활성화가 핵심인데 비효율적으로 나뉜 영역 안에서 국내 유관기관들이 불필요한 사업만 남발하며 정책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사업기획과 예산편성을 정부가 일원화해 관리하고 중기청, 중진공, 코트라 등 정부 유관기관과 무역협회, 중기중앙회, 한상단체 등 각 민간단체들이 정부 부처 밑에서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중기 수출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관료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민간 네트워크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행정적 성과주의에만 목을 매다는 기관보다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조직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협력사업을 하다보면 업종별 조합ㆍ협회에서 운영하는 해외지사도 한 지역에 오래 머물다보니 전문성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민간 네트워크를 잘만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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