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010년 신한 사태 주역이었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서울고법 판결을 본 신한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그는 '친라(친 라응찬)'도 '친 신상훈'도 아니다. 직장생활 20년이 다 돼가는 평범한 '신한맨'이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을 포함해 '빅3'가 갈등하고 법적 다툼을 벌이는 사이 '신한 웨이(way)'는 흔들리고 조직은 갈라졌다. 수익성이나 건전성은 신한이 여전히 톱이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그만의 생각일까. 시장이 신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불안하다. 단순한 시샘이 아니다. 지배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하면서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모습대로라면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한 사태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탓이다.
27일 법원의 결정은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더욱이 관심은 신 전 사장에 대한 판결이었다. 신한 사태를 겪으면서 유독 가슴이 패인 인물이 신 전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판사는 신 전 사장에게 벌금형으로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다. 금융권 복귀의 길도 열렸다. 이제 남은 것은 신한맨들의 행동이다. 마침 한 회장은 신한 사태 3인방을 만나 2심 판결을 계기로 사건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은 것은 결단이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복직해 명예를 찾았듯이 신 전 사장에게도 명예를 찾아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말 힘들다면 그를 따르던 인물들이라도 포용해야 한다. 그래야 쪼개졌던 조직이 진정으로 다시 하나가 되고 신한도 더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 회장의 '따뜻한 금융'은 내치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