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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야기] "시원한 한국식 쌀국수… 해장용으로 딱"
입력2009.12.06 16:36:42
수정
2009.12.06 16:36:42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 박규성 대표<br>한약재로 국물 우려내고 청량고추로 맛 내<br>느끼함 없앤 日라면 '멘무샤'도 인기몰이<br>"호아빈등 앞세워 한식 세계화에 도전할것"
| 박규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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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는 90년대만 해도 과거 자장면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귀한 음식이었다. 베트남이라는 이색적인 문화적 색채와 곁들여 기념일 외식 아이템으로 꽤 괜찮은 주가를 달렸다.
2000년대 초에 베트남 쌀국수 붐이 불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잠시였다.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는 까다로운 한국인의 입맛에 역시 거슬렸다. 결국 원래 인기요인이었던 '베트남'이라는 색채를 최소화하고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이 국내 쌀국수 업계의 최대 숙제였다.
"청량고추 넣은 쌀국수 어떠세요?"
'호아빈' 쌀국수 메뉴판을 들고 추천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자칭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시킨 쌀국수라고 자부하는 그는 바로 쌀국수 업계 이단아 박규성(43ㆍ사진) 호아빈 대표다.
호아빈은 '포호아'로 시작한 국내 베트남 쌀국수 업계에서 '포베이' '포타이' '호아센'에 이은 후발 업체다. 하지만 호아빈의 뒷심은 무서웠다. 현재 전체 매장 수 85개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호아빈의 무서운 성장에는 박 대표의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창업하는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저 역시 쌀 국수를 원체 좋아해서 창업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향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거부감을 갖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메뉴 개혁에 나섰습니다." 박 대표의 시원한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베트남 요리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우리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매운 해산물 쌀국수'다. 이 메뉴는 한국인의 맛인 청량고추를 넣어 시원함을 강조했다.
"쌀국수가 별미로 인기도 있지만 단순히 별미로 남았다면 창업용으로는 빵점이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생계형 창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청량고추를 넣은 국물이 해장용으로 딱이었거든요."
실제로 호아빈에는 해산물쌀국수 외에 메뉴의 3분의 2 가량이 박대표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주 메뉴에는 향신료 대신 한약재를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 육수에 정향, 팔각, 계피 등 11가지 한약재를 가미해 향신료 향을 없애고 맛은 잡았다.
호아빈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표준화된 조리법과 손쉬운 매장 운영이다. 본사에서 육수를 완제품 형태로 공급해 가맹점 입장에서는 전문 주방장을 따로 두지 않아도 주방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초보자도 쉽게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호아빈은 오픈한 지 올해가 벌써 6년 째다. 박대표는 "호아빈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제는 멘무샤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멘무샤는 일본식 라면이다. 호아빈이 그랬던 것처럼 멘무샤 역시 기존 일본라멘이 가지고 있던 느끼한 맛을 없애고 담백한 맛을 강조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박 사장은 "우동은 처음 중국이 원조지만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는 것처럼 한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꼭 한식만 가지고 이루라는 법은 없다. 멘무샤와 호아빈 이 두 개로 한식의 세계화 한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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