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하더라도 자존심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오는 24일 연세대 의대를 우등 졸업하는 홍사민(24ㆍ여)씨의 이력은 화려한 편이다. 영일여중 수석 졸업, 서울과학고 3년 장학금, 연대 의대 6년간 특별장학금...
세살 때 결핵성 고관절을 앓은 뒤 왼쪽 다리를 절게 돼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았지만 홍씨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최근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 대통령상`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저에게 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옆에 있던 어머니께서 함께 뛰자고 하시면서 끝까지 저랑 달려주셨죠. 달리기를 완주했던 그 당시 기억이 지금껏 저에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홍씨의 언니는 최근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지역 초ㆍ중등학교 특수학교교사에 임용돼 화제를 모았던 여형(27ㆍ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졸업)씨.
보청기 없이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언니에게 어릴 적부터 자신이 공부를 직접 가르치면서 학업에 남다른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불편한 다리로 강의실을 이 곳 저 곳 옮겨 다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 평점 4점대를 올렸다. 본과 4학년이던 작년에는 그가 쓴 `한국인 중간대뇌동맥 겉 질 가지의 모양과 분포`라는 논문이 `대한체질인류학회지`에 실리기도 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생각에 지난 18년간 꾸준히 연마해온 수영 실력도 7,000m를 완주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인간의 뇌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는 그는 “앞으로 인턴과정을 마치면 뇌 연구와 실무를 병행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의술을 펼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