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적서류 위조등 사기도 버젓이

■ 국내기업 무역피해 급증대금결제 분쟁 43건 작년比 65%늘어 최다 최근 무역분쟁 접수 건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은 세계 각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심해지면서 기업간의 분쟁이 즉각 표면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품 인수ㆍ도시 가격, 환율 등이 계약 당시와 달라지면서 거래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계약조건의 변경을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는 것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 대금결제 시비 잦아진다 화공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P사는 최근 중국 H사의 요청대로 선하증권(B/L) 금액을 낮춰 작성(Under Value)했다가 H사가 이를 트집잡아 잔금지불을 거부하는 바람에 약 1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상대방과의 오랜 거래관계를 생각해 계약서상의 가격을 낮춰 기록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지난 7~9월 중 접수된 알선ㆍ중재를 포함한 국제사건 접수 건수는 모두 93건으로 지난해보다 2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금결제가 모두 43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6.2%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무려 65.4%나 늘어났다. 또 이 기간 중 선적 및 납기 불이행(21건), 품질문제(19건) 등도 지난해에 비해 각각 50%, 18.8% 증가하면서 대외거래의 주요 분쟁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적재산권 계약이 많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피해사례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선진국 시장도 안심 못해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D사는 미국 유명 자동차업체의 대리권을 가진 LA지점에 20만달러어치를 공급했다가 이 지점이 폐쇄되는 바람에 수출대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말았다. 미국기업들은 지점별로 독립채산제 운영이 많아 본사가 아닌 지점과 계약하면 구상권 청구가 어렵다는 사실을 가볍게 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무역 피해사례는 중남미ㆍ아프리카 등 개도국뿐만 아니라 유럽ㆍ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올 3ㆍ4분기 중 지역별 국제사건 발생 현황을 보면 북미 지역이 11건으로 지난해보다 37.5% 증가했으며 동유럽ㆍ대양주 지역이 50%, 서유럽 지역이 33.3%, 아시아 지역이 30%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중동(마이너스25.0%)은 감소했으며 중남미ㆍ아프리카 지역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 사기사건도 여전히 기승 중남미ㆍ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의도적으로 B/L 등 선적서류를 위조하거나 물건이나 대금을 수령한 후 잠적해버리는 전형적인 사기사건도 여전하다. KOTR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로부터 수산물을 수입하는 국내 수입업체들이 현지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D사는 올초 러시아 무르만스크 소재 명태수출 대행업체인 쿨롱가사와 172만달러어치의 명태수입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간선적을 맡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엘라나사가 위조한 선적서류로 대금을 인출한 후 두 회사가 함께 잠적해버렸다. 최근 T사도 똑같은 수법으로 60만달러를 날리는 피해를 당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시장환경 변화를 이유로 가격인하나 품질, 또는 다른 계약조건을 트집잡는 것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악질적인 사기사건의 경우 한번 피해를 당하면 파산까지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상대방에 대한 신용조회는 물론 적법한 절차에 맞춰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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