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숭례문 소실 150일… 뜨겁던 관심 흐지부지

'문화재 관리' 또 땜질식 처방 그치나<br>문화재청, 관리 일원화 대신 지자체 위임 강화<br>지자체선 "예산·인력 부족한데 책임만" 반발<br>"관리주체 논란 떠나 문화재 인식부터 바꿔야"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 사라진 지 8일로 150일째를 맞았으나 사고 직후, 아니 100일까지만 해도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던 문화재 관리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당장에라도 관리 시스템을 뜯어 고칠 듯하던 정부 역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처럼 땜질식 처방에만 의존하는 정부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2의 숭례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숭례문 사건 후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으로 이원화된 문화재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문화재청은 오히려 지자체가 관할구역 내 문화재를 관리하도록 못박는 방향으로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16조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거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의한 관리가 적당하지 않을 경우 문화재청장이 지자체 등에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26일 입법예고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에 ‘관할구역 내 국유에 속하는 국가지정문화재 중 국가가 직접 관리하지 아니하는 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도록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문화재는 자치단체가 관리하고 문화재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현실적으로 효율성이나 관리 책임소재를 놓고 봤을 때 중앙정부가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조직 경량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지방문화재청 설립은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예산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리 책임만 떠맡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흥인지문(보물 제1호), 서울문묘(사적 제143호), 사직단(사적 121호) 등 305개의 문화재가 있는 서울 종로구청의 경우 문화재 전담 전문인력은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각 자치구가 문화재를 관리해야 하지만 서울시에서 우선 예비비를 투입해 주요 문화재에 관리인력을 긴급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신청을 위해 계획하고 실제로 배정받는 데까지 보통 3~4개월이 소요되는데다 필요한 만큼 예산이 지급되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시 예산으로 충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문화재를 철저하게 자본 논리로만 대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하는 데 돈만 들어가고 개발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문화재 지정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를 누가 관리하는 것이 옳으냐의 문제에 앞서 돈이 되는지 여부의 잣대로만 문화 유산을 대하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면 공장 몇 개를 짓는 것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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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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