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알카에다 ‘배신국가들’ 노리나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모로코에서도 대규모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16일 오후 9시께(현지시각) 모로코의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에서 발생한 5건의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19일 현재 최소 4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프랑스인 3명, 스페인인 2명, 이탈리아인 1명을 제외하면 테러범 13명을 포함해 모두 모로코인이다. BBC 방송 등 서방 언론들은 테러 발생 지점이 유대인 회관, 유대인 공동묘지, 스페인 식당, 벨기에 영사관, 특급 관광호텔 등인 점으로 보아 이스라엘인과 서양인을 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은 이번 사건의 배후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4일 전 리야드에서 34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자살 폭탄 테러와 유사하게 작전이 치밀하고 동시 다발 테러를 감행하기 전에 경비원 등을 사살해 희생자를 극대화하는 등 알 카에다의 전형적 수법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라크전 이후 “조직을 재정비해 전술 능력을 높인 알 카에다가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보안 조치가 허술한 해외의 `약한 목표물`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모로코는 미국의 우방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조해 이슬람 과격단체들로부터 `배신 국가`로 낙인찍혔다. 2월에는 모로코와 사우디, 요르단,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예멘을 배신 국가로 규정한 빈 라덴의 오디오 테이프가 각국 언론사에 전달되기도 했다. 모로코 2M 국영방송은 “배반국에 대한 응징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타파 사헬 모로코 내무장관은 17일 “모두 20대인 모로코인 14명이 5개 조로 나눠 수 초~ 수 분 간격으로 자폭 테러를 저질렀으며 이 중 13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부상한 1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13명 중 신원이 확인된 6명은 테러단체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국은 특히 이슬람 민병대 살라피아 지하디아 소속 용의자들을 체포해 신문하고 있으나 아직 알 카에다와의 연계 여부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테러 척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제 테러에는 국경이 없으며, 왜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돼야 하는지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선량한 시민을 공격하는 광신적 행위는 모든 종교계와 인류를 화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압델 와히드 벨케지즈 이슬람회의기구(OIC) 사무총장도 “무고한 살인을 피하려는 이슬람교의 가치와 신앙을 저버린 사악한 행위”라고 분개했다. 영국은 테러경계령을 중동과 동남아에서 케냐 등 동아프리카 6개 국으로 확대했고, 프랑스는 국내 테러 경계 태세를 한 단계 높였다. <최문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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