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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해외에서 '한국 알리기' 행사를 할 때마다 외국인들이 삼성이나 현대차는 잘 알면서도 대한민국은 낯설어 하는 상황에 처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대한민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답을 못하는 외국인이 삼성ㆍLGㆍ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이름을 대면 금세 반색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는 것이다. 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러다 보니 외국인들을 만날 때 삼성이나 현대차를 먼저 언급해야 할지, 대한민국을 앞세워야 할지 머뭇거리게 될 때도 있다"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서울을 국제적인 도시로 세계에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들의 이름을 대면 척척 알아듣는 외국인들이 서울시에 대해 설명하면 아주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보면 한국과 서울은 몰라도 삼성과 현대차는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한국과 서울시의 브랜드보다 기업들의 브랜드 파워가 강한 이유도 오랜 시간 동안 개별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데 따른 효과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이처럼 삼성ㆍ현대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이 한류의 주인공인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한류지원협의회(가칭) 발족식에서 "한류의 확산은 기업이 이뤄낸 경제력 축적이 밑거름이 된 것"이라며 현재의 한류의 기원을 기업의 노력으로 정의했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좋은 제품을 팔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인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한류의 주역이라는 이런 견해는 이미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인식이 됐다.
이는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사실이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한국경제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우리 기업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더 나아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의 신화를 일궈낸 것도 대한민국의 도전적인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해외에서 신기술과 마케팅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지난 1970년대부터 개척하면서 기업들의 브랜드는 해외 각국에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됐다. 결국 삼성과 현대차라는 회사가 위치한 곳이 한국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싹 트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쌓아올린 한국이라는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는 한국이라는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기초가 됐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해외에서 불고 있는 K팝이나 한국드라마ㆍ한국영화 등의 문화 한류도 결국은 기업들의 활약을 발판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ㆍ현대차와 포스코 등이 주도하는 경제한류는 미래도 밝다. 우리 대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고 이 기업들이 축적된 기술과 미래를 위한 준비가 경제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측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문화 한류 바람에 혁신제품을 통한 기업과 제품 한류 바람의 주인공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인 스마트TV가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휴대폰은 사업 진출 24년 만에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기업 한류의 바람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기업들이 더욱 확산,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사전 기획을 통해 한류를 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등 제품과 한류를 더해 새로운 미래 한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제까지 기업들은 의도되지 않은 한류 현상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기업이 참여해 사전 기획된 한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대중문화 유행에서 한국의 파생상품 구매, 한국상품 구매의 단계로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흥 시장 개척에서 한류 열풍을 접목하는 경영 전략의 수립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핵심 성장 축인 신흥국에서 각국 기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한류나 경제개발 경험 등 한국의 강점을 활용하고 현지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신흥국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2012 서울포럼은 기업이 한류의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류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모아진다. 이를 위해 '포지셔닝'의 저자인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우트를 초빙해 한국 기업의 한류 마케팅에 대해 자세한 조언을 들어본다. 또한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베네통의 광고를 맡았던 사진작가 겸 광고 디렉터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이번 포럼에서 한국 브랜드와 한국 상품이 세계인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국내 연사 중에서는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마케팅 전문가들이 나서 기업 한류의 다음 세대를 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