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의 지분 인수전을계기로 대형 인수 및 합병(M&A)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초대형 기업들의 주인찾기는 산업계, 재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엄청난 잠재력을 갖다는 점에서 기업간 신경전과 기싸움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덩치가 커서 인수하는데 자금부담이 적지않고 인수전이 가열될 경우 몸값 부풀리기와 무리한 인수추진에 따른 인수기업의 부실화 등부작용이 우려된다.
◇ 주요 매각 대상 기업 = 9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M&A 시장에나올 알짜기업들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한통운, 쌍용, 하이닉스반도체, 우리금융,외환은행, 엘지카드, 대우정밀,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등 모두 2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 경영악화로 정부와 채권단 등에 넘겨진 기업들로 그동안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노력덕에 부실을 털고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는공통점을 갖는다.
1999년 8월 워크아웃이 시작된 옛 대우계열사는 12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경영정상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대주주다.
대우건설은 자산관리공사가 내년 6월 매각을 목표로 11월 예비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며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자문사 선정을 계기로 M&A에 본격 뛰어들었다 주식가치만 10조원에 이르는 하이닉스는 현재 채권은행들이 보유주식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중 논의를 마무리하고 11월까지 22.8%의 지분을 국내외에팔 예정이다.
작년 4조6천461억원의 매출을 올린 현대건설은 내년까지 채권단 공동관리후 매각작업에 들어가며 내년 하반기 M&A 시장에 나올 대한통운은 STX가 시간외거래를 통해 21%의 지분을 획득함으로써 벌써부터 확끈한 인수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사중에는 LG카드가 내년 상반기중, 우리금융은 2008년 3월까지 매각시한으로 잡혀있고 시가총액이 7조원에 이르는 외환은행은 이달 이후 매각제한이 풀리지만대주주인 론스타쪽이 구체적인 매각일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은 =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라면 이들 매각대상 기업에 군침을 흘리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LG에서 분리된 GS그룹은 이미 수개월전부터 물건 탐색에 뛰어들었으며 큰 손인군인공제회, 현대중공업, CJ, 하나은행, 신한지주, 삼성중공업 등이 `토종파'의 선두주자를 자처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중국 하이얼,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해외파'도 가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은 이미 인수검토중인 금호아시아나, 롯데, CJ외에 STX가 가세, 전선이확대됐으며 기업실사중인 대우건설은 국내 M&A업계의 큰 손인 군인공제회, 웅진그룹,대주건설이 인수 예상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LG전자가 옛 엘지반도체를 되찾는 차원에서 후보로 꼽히지만 회사쪽에서는 이를 공식부인하고 있다. 동부반도체도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다.
쌍용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준비중이고 쌍용과 대우정밀은 모건스탠리와 효성이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중국 하이얼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금융권중에서는 하나은행과 HSBC가 외환은행에, 농협, 신한지주, 우리금융, 하나은행, 씨티그룹이 LG카드에 눈독을 들인다.
◇ 전망 = 외환위기 직후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금융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빚이 많은 기업들은 우선 살고보자는 식으로 싼 값에 보유지분을 팔아 인수기업은 몇년만에 수백억원 이상의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장에 나올 기업들은 다르다.
우선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띠면서 인수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 인수기업들로서는 초기 부담이 너무 크다.
지난달 인천정유를 인수한 SK가 3조원이 넘는 인수 및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로 서린동 본사사옥까지 매각을 검토한 것은 단적인 예다.
또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해외자본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 점도 향후 M&A시장의 판도를 미리 짐작케 한다.
올해 진행된 진로, 인천정유, 현대오토넷, 대우종합기계, 한국투자증권, 진로발렌타인스, 대한투자증권 등 8개 주요기업의 인수기업중 해외파는 오리온전기(美 매틀린패턴슨펀드), 진로발렌타인스(佛 페르노리카) 두곳 뿐이다.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매각대상기업이나 채권단, 정부모두가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인수를 준비중인 기업은 자금조달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형국"이라며 "모두가 합리적인 판단과 조정이 필요한시점"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