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화관리보다 금융경쟁력 우선/국채발행제 개선 의미

◎한은 우월적지위 포기… 시장기능 맡겨/‘국고 금융권 유입’ 물가불안 가능성도재정경제원이 20일 발표한 국채발행제도 개선방안은 ▲통화관리목표보다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우선하고 ▲한국은행이 전담하는 통화관리에 재경원의 입김을 강화한다는 금융정책 방향의 핵심을 함축하고 있다. 국채 강제인수 제도의 폐지는 정부재정의 재원 조달보다 금융기관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이다. 안 팔린 국채를 억지로 파는 것을 중단, 금융기관이 시장 금리와 스스로의 자산운용 계획에 따라 국채를 매입하라는 내용이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시장기능을 최대한 중시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한국은행에 대해 환매조건부 국공채(RP)를 은행에 떠안기는 강제적 통화환수정책을 포기하라는 간접적인 주문인 셈이다. 재경원은 통화관리목표를 정해놓고 RP강제배정을 통해 통화량을 관리하는 기존의 물리적(직접) 통화관리방식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규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이 언제 얼마나 RP를 안길지 모르는 현재의 상황은 「돈장사」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선 손발을 묶어놓은 처사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통화관리도 중요하지만 시장기능에 따라 통화를 관리해야지 강제적인 방법으로는 더이상 안된다. 따라서 국채를 사는 금융기관에 국고여유자금을 저리융자키로 한 것처럼 금융기관을 유인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시장을 통한 간접적인 통화관방식을 한은이 채택하라는 요청에 다름없다. 국고여유자금을 지원키로 한 국채인수금융제도의 도입은 통화수위 조절에 재경원이 한발짝 발을 들여놓았음을 의미한다. 세수 등에 따라 기복이 심하지만 국고여유자금의 규모는 평균 수조원(지난해 4조원, 올해 1조4천억원)에 달한다. 한은에 예치돼 통화량에 잡히지 않는 국고여유자금을 재경원이 금융권에 공급할 경우 그만큼 시중에 돈 공급이 늘어나는 셈이다. 당연히 통화량 중심으로 운용되는 한은의 통화정책에 재경원 입김이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은은 재할인율 정책 등을 통해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의 이번 정책방향은 일단 금융자율화와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새로운 통화관리 기법의 개발이 지연될 경우 방만한 통화운용으로 물가불안을 부추길 소지도 있어 신속한 후속대응이 요구된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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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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