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이경재 기업은행장

우량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면서 고객 지키기와 신규고객 발굴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선보이는 데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영세 소기업을 고객으로 맞이해 중견 기업으로 키워가는 것이 목표』라는 李행장의 경영 방침과 앞으로의 영업 전략을 들어본다. -거의 매일 지점을 방문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본점의 경영방침과 지점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지점을 방문해 경영방침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많은 얘기를 듣습니다.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은 즉각적으로 제도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융환경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재직하는 한 지점을 계속 방문할 생각입니다. 아마 서울시내의 지점은 두세번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올들어 은행들간 대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중은행들간에 「기업은행 고객 빼앗기」가 성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금리를 최저 프라임레이트보다 3.5%포인트 낮은 6%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프라임레이트보다 얼마나 낮은 금리를 적용할지는 지점장들에게 전권을 맡겼습니다. 금리인하로 기존 고객들을 지키는 한편 새로운 고객 찾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 영세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규모 중견기업들이 20~30년을 거쳐 은행과 거래하면서 성장해 온 기업들인 점을 감안하면 소기업 고객 발굴의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영세기업의 할인지원제도인 「디스카운트 뱅크」제도를 도입, 현재 6,400억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여기서 제외된 업체들에 대해서도 수탁보증 신용대출을 적극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리바이벌 플랜(REVIVAL PLAN)이 눈에 띕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주십시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지난 한해동안만 기업은행 거래 고객중 1,861개 업체가 부도를 냈고, 이로 인해 1조5,000억원 이상의 여신이 부실화됐습니다. 이에 부도난 거래 업체들을 살릴 방안을 연구하다가, 은행이 조금만 도와주면 이들이 살아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다다른 것입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선 부채를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기업은행이 기업의 빚을 대신 갚고 채권을 기업은행 한 곳으로 몰아주는 한편 감독당국에 적색거래처 해지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번엔 한 개 업체를 선정했는데, 제도가 자리잡히면 거래 기업중에서 계속 대상을 발굴할 예정입니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고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물적담보가 한계에 와 있습니다. 또 납품대기업 등의 주변 환경이 바뀌는데 쉽게 영향을 받아 경영상황이 급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모든 중소기업을 똑같은 조건으로 원하는만큼 지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지만, 「기업간 협력대출」이나 「대출확약제」 등 제도를 도입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해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관련 서비스가 있다면 설명해주십시오. ▲기업은행의 특징은 모든 대출제도가 중소기업지원 위주로 운용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자금지원 외에 중기 도산방지를 위한 「부도방지 특별자금」, 영세기업 지원을 위한 「DISCOUNT BANK」, 우량중기 발행어음을 대기업 어음에 준해 할인하는 「로얄어음제도」 등 각종 전용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에게 자금을 싸게 많이 지원해주려면 자금 조달에도 신경을 쓰셔야 할텐데요. ▲서울에서 조달한 자금을 지방 공단에 지원한다는게 기본적인 지원 구조입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저원가성 예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저도 매일 1~2개 점포를 방문해 지점장들에게 이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기업예금은 상대적으로 받기 어렵기 때문에 가계에서 저원가 예금을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이밖에도 변두리의 아파트 단지를 위주로 공과금 자동이체를 위한 마이너스통장 발급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가 하루만 연체돼도 10%의 연체비를 물어야 하지만, 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공과금을 낼 경우 한달 동안 은행돈을 빌려도 이자는 1%정도 밖에 붙지 않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도 이익입니다. -중소기업근로자들에 대해서 1,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장의 추천서만 있으면 1,000만원까지 프라임레이트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거래업체 종업원들의 생계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2,387명에 대해 총 169억원의 대출을 취급했습니다. 생계자금으로 대출받는 자금이 평균 700만원 정도인데, 업체가 어려워져 2~3개월 봉급을 못받아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종업원 개인에 대한 대출이지만, 간접적인 기업고객 섭외 효과도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할 방침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자산건전성 취약을 이유로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는데, 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밝혀주신다면. ▲자산건전성이 취약해 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부도에 따른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신용분석능력과 여신결정 절차 등 시스템 미비가 원인이 된 점도 있다고 보고 여신심사체제를 혁신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기업이 대거 부도나면서 무수익자산비율이 10%를 웃돌 정도로 자산건전성이 악화됐지만, 무수익자산을 줄이기 위해 대손상각을 하고 성업공사에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대손상각을 마치면 무수익여신비율은 4%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또 연말 미래상환능력(FLC)을 기준으로 자산건전성을 재분류해도 1,000억원 정도의 흑자는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반면 국책은행들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은행은 조용하게 구조조정을 해 왔습니다. 인력 면에서는 97년말 대비 총 직원의 26.8%인 2,396명을 줄였고, 본부 부서 6개와 국내외 점포 40개를 줄였습니다. 여기에 인건비 절감까지 시행, 총 1,642억원의 예산을 삭감해 왔습니다. 게다가 일반 시중은행들의 거래기업이 1만~2만개인 반면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기업은행 고객 수는 7만개에 달해, 업무 특성상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에 치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지식경영의 도입, 시대 변화에 맞는 의식과 관행의 정착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구조조정에 목표를 두고 최대한 노력할 계획입니다. -기업은행의 장기 비전을 밝혀 주십시오. ▲지금까지는 기업은행의 정책성이 주로 강조돼 왔지만, 이제 이익이 나지 않는 조직은 존재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상업성과 정책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역점을 두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직원들도 상업주의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채무구조도 바꾸려고 합니다. 조달코스트가 높은 중금채를 예금으로 대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야 저금리 대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들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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