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실시 후 3년 만에 제도 효용성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유통법과 조례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8시까지 영업을 금지하고 매달 두차례(둘째·넷째 일요일)는 강제로 휴무를 해야 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1심에서는 대형마트 측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해 3심 판결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의무휴업 반대 측은 의무휴업일 지정 등 영업시간 제한은 소비자 선택권 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게 검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찬성 측은 영업시간 제한이 관련 법령 제정 당시부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며 영업제한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1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약자' 소상공인 생존 위해 반드시 필요
● 소자본으로 대자본 상대 근본적 한계
● 유럽선 훨씬 강한 상생협력·규제 실시
● 중소상인 폐업땐 사회적 비용 상상초월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휴무를 의무화한 조례를 제정한 후 대형유통기업은 이러한 제재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지금 대법원에서 한창 공방 중이다.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의 급속한 증가와 대형업체 간의 경쟁 심화는 지역 상권과 중소유통에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왔다. 지난 2007년 이후 문을 닫은 전통시장만 500개가 넘으며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던 상인 10만여명은 생계의 터를 잃고 뿔뿔이 흩어져 도시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이는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문을 닫은 동네 슈퍼마켓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우리가 유통채널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유통 경쟁력은 상대적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근처에 더 매력적인 점포가 있으면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듯이 쇼핑장소를 쉽게 바꾸기 마련이다. 이 같은 소비자 이동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전통시장의 매출증대로 나타나기보다 매출감소 지연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증거로 정부가 전통시장 지원을 시작하기 전에는 전통시장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다가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매출감소 곡선이 현저히 완만해졌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무는 대자본을 투입해 쇼핑 매력도를 한층 높인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과 경쟁하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혹자는 소상공인의 경쟁력 부재를 탓하며 규제를 해도 전통시장이 침체를 면할 수 없다며 대형마트 규제의 불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자본으로 대자본을 상대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자유시장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공정성이다.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이 체제를 뒤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정한 공정경쟁은 경쟁하는 상대방이 약하면 힘센 자에게 불리한 조건(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이제 약체인 중소상인들에게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핸디캡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사실 유럽에서는 우리의 규제보다 훨씬 강하고 광범위하게 대형유통 기업을 제재하고 있으며 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력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재건축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시장상인들과 협의해 스스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상품구성도 중소상인들의 주력 품목을 피해 공산품 및 육가공품 위주로 하는 등 자발적인 상생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측에서 주장하는 영향분석이나 공청회는 대형마트 진입을 규제하기 위해 유럽의 지방자치단체가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법적 규제보다도 대기업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일자리보다 전통시장에서 없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 더욱이 전통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은 이 업종에서 퇴출되면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임금근로자로 취업하기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에서 국가가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에서 퇴출된 이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수년간 저성장과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는 부족하고 국가부채는 늘어나고 있으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중소상인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기 전에 국가가 이들 영세상인을 위한 보호장치를 만들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것이 될 것이다.
대기업도 자본주의 논리만 펼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소상공인들을 기업 생태계의 구성요소로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폐업하게 되면 사회적 불안은 커지고 경기는 위축될 수 있으며 일반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어 이들의 생계를 보탤 수밖에 없게 된다면 소비는 더욱 위축돼 그 여파가 대기업에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은 소상공인들이 한계선상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도 소상공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갈등비용을 줄이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반대-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실효성 없는 규제로 고객 불편만 초래
● 규제 긍정적 효과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 온오프라인 경계 없는 옴니채널 시대 역행
● 존치한다면 '주중 휴무'로 완화해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업과 심야영업 제한조치가 시작된 지 만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규제 효과에 대한 유무 논쟁, 그리고 대형점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 휴무 및 영업시간 규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골목 상권 및 전통시장, 소상인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영업규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과 같은 대형 소매 매장의 출점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질문은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소위 '월마트 효과'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지역 경제에 플러스라는 의견과 마이너스라는 의견이 지금도 맞서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 상권 파급효과에 대해 연구가 시작됐으나 규제 찬성 측의 부정적 연구결과와 규제 반대 측의 긍정적 연구결과가 동시에 발표되면서 규제 효과 유무에 대한 의견이 아직도 분분하다.
지난 4월 학술지 '유통연구'에 발표한 필자의 연구 시사점은 대형점포 규제의 경제적 근거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전체 대형마트의 지역적 분포와 시간적 추이를 동시에 분석하는 공간계량경제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대형종합소매업이 소규모 소매업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10~19인 규모의 소매업에는 플러스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는 기존 소규모 점포들이 폐업하더라도 조지프 슘페터의 이른바 '창조적 혁신'이 작동해 인접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소매업체가 창업해 기존 소규모 점포의 폐업을 상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월마트 효과에 대한 지난 30년간의 연구결과도 월마트 입점으로 해당 지역 소규모 점포는 즉각적으로 마이너스 영향을 받지만 상권을 확대하면 월마트 효과는 제로섬(zero sum)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출점으로 다른 유통업체들이 창조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폐업 후 창업이라는 결과로 소매업 고용창출에는 전체적으로 오히려 플러스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같은 실증 연구 결과 대형점포의 영업규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아래 두 가지 환경변화로 인해 향후에는 그 효과가 정치적·심리적 만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최근 3년간 모바일 생태계의 급성장으로 한국의 유통 생태계와 쇼핑 환경에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옴니채널(Omni Channel)'이란 거대한 물결이 미국·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유통시장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옴니채널은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모바일과 정보기술(IT)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의 경계, 그리고 국경 간, 서비스 산업 간 경계가 없어지는 유통혁명을 말한다. 옴니채널이 커지면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는 오프라인·온라인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매장의 출점·영업시간은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결국 현재의 대형점 영업 규제는 소비자 불편과 협력업체 기회비용 등 이해관계인의 손실만 증가시키고 영세상인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편익은 향후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대부분의 규제 편익이 편의점과 모바일을 활용하는 옴니채널 소매업체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모바일에 친숙한 40세 이하 소비자들이 주력소비자로 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지속 성장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둘째, 한국 내수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의 급성장 등 인구 통계적인 이유로 인해 향후 지속적인 저성장이 예상된다. 오는 2018년이면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시작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매 시장의 지속성장은 우리 도시를 찾는 내외국인 방문객에게 달려 있다. 이들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물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닫힌 대형마트와 SSM은 관광객과 소비자에게 '불편'과 '당혹감'만을 안겨줄 것이 확실하다.
옴니채널과 저성장 경제를 맞아 경제적 근거가 희박해진 대형점포 의무휴무제는 타당성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 어떤 이유이든 이 규제가 존치된다고 하더라도 일요일 휴무만은 주중 휴무로 시급히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