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과 3ㆍ30대책을 불렀던 재건축 상승 랠리가 재현되나.’ 수도권 집값 불안의 근원지로 지목돼온 서울 재건축시장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달 초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던 재건축값이 최근 2~3주간 상승폭을 부쩍 키우며 그동안 조금씩 까먹었던 집값을 단숨에 회복했다. 이에 따라 개발이익 환수와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을 겨냥한 ‘3ㆍ30 정밀 유도탄’을 맞고 조금씩 추락해가던 재건축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내놓은 주간 집값 동향을 보면 요즘의 재건축 상승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114의 조사에서는 재건축이 주간 1.31% 올라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0.5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는 3ㆍ30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3월 셋째 주(1.68%)에 버금가는 주간 상승률이고 지난해 8ㆍ31대책을 이끌어냈던 2~6월의 급등장에 못지않은 상승세다. 다른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도 서울 재건축이 0.91% 상승한 것으로 집계했고 한국부동산정보협회의 조사에서는 무려 1.88%나 급등했다. 모두 3ㆍ30대책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이다. 이번 재건축 강세를 주도하는 곳은 고덕주공ㆍ고덕시영ㆍ둔촌주공 등 대단위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동구다. 강동구는 이달 들어 3주 동안 1.54%→1.71%→2.32%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불과 3주 사이에 재건축값이 평균 5% 넘게 올랐다는 얘기다. 강동구만큼은 아니지만 강남(0.92%), 서초(1.19%), 송파구(1.61%) 재건축 단지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건축 강세가 판교 신도시와 은평 뉴타운, 파주 운정 신도시로 이어지는 고분양가 릴레이로 매수심리가 자극을 받은데다 최근 판교 낙첨자들까지 활발한 시장탐색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집값 상승 국면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러다가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또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고개를 들고, 이들이 대거 시장에 가세하면서 대표적 부동산 상품인 재건축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입질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아직은 지난 7~8월 비수기를 지나며 조금씩 빠졌던 가격을 회복한 수준이지만 당분간 강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시장 전반에 내 집 마련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재건축시장도 바닥을 찍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특별한 호재도 없이 급등하는 것은 재건축이 강남권 새 아파트에 진입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실수요자들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재건축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재건축시장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판교 낙첨자의 유입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상승 기조인 것은 맞지만 최근의 급등세는 판교 낙첨자의 시장 가담에 따른 일시적인 과열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