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월요초대석]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부실 벤처 퇴출시스템 정비 시급" "부실한 벤처기업에 대한 퇴출 시스템이 시급히 갖춰져야 합니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그동안 벤처기업이 양적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코스닥 등록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부실한 벤처기업이 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고 퇴출될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며 적대적 M&A 활성화, 주식스왑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영역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 핵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창출을 기한다면 4-5년 내에 글로벌(global)한 국내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 위기론이 대두되고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을 분당 소재 터보테크 본사에서 만났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닷컴기업들을 포함, 수익모델이 없는 부실 벤처기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벤처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현재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구조조정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입니다. 벤처기업 구조조정은 금융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과 한데 맞물려 갈 것입니다. 벤처기업 사업 영역이 대기업과 많이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구조조정과도 발맞춰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어떤 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하겠습니까. ▲벤처기업들은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해온 사업영역을 좀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봅니다. 연구 개발부분과 마케팅 등을 핵심 사업영역에 집중해 글로벌(global)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과의 제휴, 아날로그 기업과 디지털 기업의 제휴, 전통 제조업과 신기술 제조기업의 제휴로 정교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쟁력 없는 닷컴 기업들은 인수 합병(M&A)으로 살길을 모색해야 겠죠. 앞으로 2~3년이 우리 벤처기업에게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최근 벤처기업 관련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벤처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재했던 많은 문제점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으로 볼 수 없는 일부 기업의 문제점을 벤처 기업 전체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최근의 사태는 벤처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치를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사실 우리의 벤처 지원제도에서 더 이상 바라는 것은 무리겠죠. 이미 코스닥 진입장벽도 상당히 낮춰졌고 많은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벤처기업의 코스닥 진입시스템은 갖춰 놓았지만 부실한 벤처기업 퇴출 시스템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코스닥 정책이 운영된 것이 사실인데 이젠 퇴출시스템도 본격적으로 정비돼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하지만 퇴출 기준에 대해서 은행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퇴출이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퇴출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한번 더 부연해 주시죠. 또 구조조정과 관련 벤처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현재는 벤처기업 M&A를 위한 주식 스와핑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벤처기업으로서는 M&A를 위해 주식 스와핑이 절실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에 이를 꾸준히 건의해 왔습니다. 주식시장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적대적 M&A도 활성화돼야 합니다. 특히 적대적 M&A 때에 합병하는 측이 의결권 행사를 못하게 돼 있는데 M&A를 활성화하려면 의결권이 허용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정부가 벤처기업이 일반기업으로 바꿔 코스닥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벤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기업으로 등록하면 6개월간 주식을 못 팔게 돼 있는 규정을 피할 수 있고 임직원들이 투자도 할 수 있어 벤처기업이면서 일반기업으로 편법 등록하는 예가 많았습니다.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정책에 대한 융통성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과 미국에 없는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데. ▲단기간에 벤처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벤처로 확인받은 8,300여 기업이 모두 양질의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심한 벤처기업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 뒤에 질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 봅니다.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으로 벤처기업협회 내부에서도 벤처기업 윤리위원회를 만들자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효성은 적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벤처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되는 날이 올까요. ▲시장 분위기에 의해 벤처 붐이 조성됐고 이미 성장의 모멘텀은 형성됐습니다. 벤처기업이 성과를 거두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짧은 시간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어요. 이는 잘못 생각한 것이죠. 벤처기업협회가 발족된 지 5년이 됐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환경이 조성된 것은 이제 겨우 1년여입니다. 벤처기업 거품 제거를 위한 옥석가리기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식기반 제조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과거 어려운 과정을 겪고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4~5년안에 글로벌한 벤처기업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벤처기업 성장모델은 어떤 것이라고 봅니까.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입니다. 과거처럼 몇십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투여하고 수십억원을 투자해 몇 년씩 걸려 성과를 내는 것은 좋은 모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벤처기업은 연관 기업을 한데 묶는 제휴와 퓨전(복합기술)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제휴고 어디까지가 비관련 다각화인지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태인 데 한달에 한번 의견을 주고 받는 모델은 제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매일매일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을 결정하는 제휴 모델이 바람직하죠. 제휴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물론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대담: 崔性範 성장기업부장 sbchoi@sed.co.kr 홍병문기자 입력시간 2000/11/12 19:1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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