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G2 "공존해법 찾을까… 패권갈등 이어질까…" 시험대에

[美·中 정상회담 4대이슈]



오는 18~21일(현지시간)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후 주석의 이번 방미는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으로 상징되는 'G2(주요 2개국)'체제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G2의 공존인가 아니면 패권의 충돌인지를 가늠해 볼 시금석이 된다는 것이다. 후 주석이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6년. 당시 미국은 정치ㆍ경제적으로 유일한 슈퍼파워였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를 바탕으로 소련시절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경쟁 상대로 부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구글 사태,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남중국해를 둘러싼 마찰, 북한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미ㆍ중간의 관계는 휘청거렸다. 세계는 앞으로 10년, 15년, 20년 후 세계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ㆍ중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 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역사적 정상회담의 이슈를 정리한다. 위안화 절상 싸고 팽팽한 신경전 예고
환율 위안화 환율 문제를 놓고 이번에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경제대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행동할 것을 촉구하며 정부의 환율 개입을 중단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위안화가 절상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중국에 대한 우려와 목표를 공개적으로 터놓고 얘기할 것"이라며 아예 절상 목표치로 10%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환율과 미국 무역수지적자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지난주 가파른 절상을 하면서 나름 성의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환율정책은 중국 '내치의 문제'라는 게 중국의 기본적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위안화 저평가 때문이 아닌 과소비 등 미국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절상요구는 내정간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중국은 인플레이션 통제와 내수ㆍ수출 균형 맞추기 정책 변경 등에 따라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절상할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기대하는 10% 이상의 급격한 절상 약속을 해줄 리 만무할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중국 경제ㆍ환율 정책을 설명하면서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에 대해 미국 측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 측의 압박 강도가 심해지면 최대 미 국채 투자국으로서 달러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해달라는 역공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대규모 경협 선물을 준비하고 있고 국빈 방문이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당장 이번 회담에서 환율 갈등이 더 불거지지는 않은 채 적당한 선에서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5% 내외로 위안화를 절상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中, 항공기 구매등 선물 보따리 풀듯
경협 후 주석의 방미에 맞춰 중국은 막대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백억달러 규모의 보잉사 항공기 구매, 자동차 '빅3' 지분참여, 행정관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약속,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철폐 등이 유력한 목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펼쳐질 경협목록의 가장 위에는 보잉항공기 구매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잉이 미국 수출의 상징인데다 고용확대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역불균형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을 달래고 양국 관계를 복원시키고자 대규모 경협을 준비해왔다.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국빈방문국에 대한 대규모 경협을 관행처럼 해오고 있다. 지난달 인도 방문에서도 160억달러의 경협을 발표했다. 중국은 후 주석의 방미에 맞춰 중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IT)가 인솔하는 두 그룹의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구매사절단은 6개 안팎의 미국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참여기업이 무려 500여개에 이른다. 수출을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중국의 선물 보따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두 정상은 19일 백악관에서 15개 미국기업과 5개 중국기업 경영진이 참여하는 회의에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미국 업체로는 코카콜라와 제너럴일렉트릭(GE)ㆍ마이크로소프트ㆍ보잉ㆍ다우케미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후 주석이 워싱턴에 이어 방문하는 시카고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경협이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 내 자동차업체에 대한 추가 지분인수 의사를 밝힐 예정이어서 미국의 승인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미국 측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 및 계획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조달 시장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대화 공감…비핵화 접점 모색 관심
외교·안보 동아시아 안보를 둘러싼 양국의 전략적 입장차가 여전해 해법 도출은 난망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을 핵심이익으로 규정하며 지역패권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해상 진출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에서도 드러났듯 미국의 대만무기 판매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 이번 회담이 큰 틀의 협력 기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잠재적 안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어 붙은 한반도 정세가 이번 미ㆍ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의 돌파구를 찾을지도 관심사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이번 회담의 안보 분야 의제 중 가장 중요한 논의사항은 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에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방지와 비핵화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대한 양국의 접근방식이 달라 이번 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공개합의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미국은 남북대화 재개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반면 중국은 무조건적인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도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 공개 등을 계기로 그동안의 북한 감싸기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북한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양국이 이대로 한반도 위기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어떤 식으로는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한 한반도 해법 마련의 계기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양국 공조, 류샤오보 석방 여부가 변수
글로벌이슈 기후변화, 이란 핵, 대아프리카 정책 등 글로벌 협력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와 직결된 변수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은 핵질서 등 글로벌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주요2개국(G2)로 급부상한 중국과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 수단ㆍ코트디부아르 등 상당수 아프리카국들은 중국이 지원하는 이슬람계 세력과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기독계 세력이 내전을 불사하며 혼란에 빠져 있다. 수단은 남부의 기독교 세력이 분리해 남부수단으로 독립하는 기로에 서있다. 미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 석방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로 압박하는지도 향후 양국 글로벌 이슈공조의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정치체제 등 시스템이 달라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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