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낙하산 인사 시비를 막으려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 `개방형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들어 정부기관의 낙하산 인사시비를 없애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관련부처에 400여개 공공기관의 경영실태를 파악해 인사개선 방안을 7일까지 만들어 보고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가는데 왜 낙하산이라고 비난 하느냐”며 “대통령과 장관이 임명하면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해 KBS사장 인사파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개방형 시스템은 존중하겠지만 법으로 정해진 인사권은 적극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것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우선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경영실태나 인사개선방안이 하루아침에 나올 성질의 것인지 의아하다. 인사 기준을 경영실적에 두는 것은 일면 당연하지만 그러나 털어서 먼지가 안 나는 사람이 드문 한국적 풍토를 감안할 때 자칫 기존 경영진을 밀어내는 도구로 이용될 여지도 없지 않다. KBS사장 인사파문의 본질은 적재적소의 문제 이전에 임명과정의 투명성 문제다. 공직대상자의 유능과 전문성은 노 대통령이 말한 `개방형 시스템`으로 검증돼야 하며 그 같은 검증에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판단도 포함돼야 한다. 이 시스템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장추천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인사의결기구가 있고, 다면평가 개방형 충원 등의 인사기법을 말하고 있지만 권력이 개입하면 모든 시스템은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만다. 공직의 임면권자로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의사표명은 곧바로 지명을 의미한다. KBS사장 인사파문이 말해주는 것도 그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의사표명은 매우 절제돼야 한다. 법이 정한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낙하산 시비를 무릅쓰고라도 앉힐 사람은 앉히겠다는 얘기라면 곤란하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공언했듯이 가급적 임기직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잘못이 있는 사람의 임기까지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몰아내기 위해 잘못을 침소봉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뀐 뒤의 공공기관 인사는 다소간 논공행상적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적재적소와 전문성을 살리는 인사가 돼야 한다. 개혁이 필요한 기관에 외부수혈을 한다지만 알아야 개혁도 가능하다. 공기업의 경영을 감독해야 할 감사 자리를 재무제표도 모르는 사람으로 앉혀온 악습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도움주신분=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dubbcho@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