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정국이 점점 꼬여 추석전 국회 정상화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9월30일 전날 서울집회 소란을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중대사태로 규정, 당초 예정했던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경게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한 대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와 행정자치부장관과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의 기자회견으로 대치했다.
반면 여권 지도부는 『서울집회를 완전한 「실패작」으로 단정하면서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억지이며 무고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김종필(金鍾泌)총리를 항의 방문하는 한편 추가 장외집회 개최나 의원직 사퇴서 제출이라는 극약처방을 다시 적극 검토하는 등 강경투쟁 의지를 보였다.
여권핵심부는 어느 정도 파행을 감수하고 사정은 정치적 타협과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나라당 李총재의 국세청 모금사건 사과와 국회 등원을 거듭 요구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29일 서울집회 개최 직전만 해도 이 대회를 끝으로 장외집회를 매듭짓고 국회에 등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국민회의도 주말까지 냉각기를 거쳐 추석연휴중 총무접촉을 통해 늦어도 7일 金대통령의 방일(訪日)전에 정국정상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金대통령이 28일의 경제특별기자회견에서『사정을 오래끌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 사정 조기 종결을 시사한데서 이젠 악순환의 궤도를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야가 한나라당의 서울역 집회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 정국이 급랭하자 한가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돌입했다.
여기에 협상창구인 여야총무들은 이날 金대통령의 출국전 정국정상화 가능성을 배제했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는 이와관련,『갈수록 총무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협상 분위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현재 어려운 상태』라며 한나라당의 자세변화를 거듭 촉구하면서도 『추석전 물밑접촉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국정상화 가능성이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정치불신에 대한 여론이 높은데다 여야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있다. 특히 여야 극한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정의 최종단계가 추석을 전후해 가시화될 경우 모종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의 「무조건 등원론」과 김덕룡(金德龍)전부총재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있는 것도 정국 정상화에 도움을 주고있기때문이다.
이렇 경우 金대통령의 공식방문 일정이 끝난 직후인 11일께 방일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겸한 청와대 회동이 여야 총재회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지않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양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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