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납과 관련된 정부의 사전인지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신속한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청문회 추진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관련책임자에 대한 인책론까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입 다물었다’=청와대는 일단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 창구를 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로 미룬채 함구로 일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4일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비서진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특히 청와대는 AP의 비디오 테이프 보도에 대해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전날 “이번 사건의 경과를 면밀히 재점검하라”는 지시에 따라 내부적으로 김씨의 피랍에서 사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철저한 진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우선 외교부에 사실관계를 신속히 파악할 것을 지시했으며, NSC 사무처도 이날 오전 자체 회의를 갖는 등 사실확인 및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경위를 파악, 소상히 밝힐 것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판단은 국민이 할 일이며 이에 대해 변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문회 ‘한목소리’=열린우리당은 24일 오전 신기남 당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지도부 회의를 갖고 “외교부의 사전인지 여부 등 국민적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작업을 벌인 뒤 필요하면 통일외교통상위 차원의 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임종석 대변인이 전했다. 우리당은 이와 함께 김씨 피랍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유선호 의원을 단장으로 임명하는 등 사태 조기 수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나라당도 이날 상임운영위를 열고 청문회 개최를 거론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APTN의 외교부 문의보도와 관련해 “외교안보 현안 청문회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선일씨 구출작업을 보면서 과연 우리에게 국가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답변이 부실하면 국회에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에선 책임자 인책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도 따라야 한다”며 반 장관 등에 대한 인책론을 제기했으며 여당 일각에서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