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언제까지 굴욕의 군사력 유지할 건가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신인균 - 누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현실적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는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안보적·경제적 관점으로만 봤을 때는 '대박'이라고 할 만한 성과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가 우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게 한 제도가 바로 전작권을 미군에게 맡겨놓은 한미연합사 체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미군이 총사령관으로 있지 않은 군대의 전쟁에서 미군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순간의 주춤거림으로 서울이 함락될 수 있는 치명적인 전선구조다. 망설임 없이 기계적으로 개입하게 만들어놓아야 한다. 글로벌리더십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에 그들의 전쟁임을 강제해놓아야 망설임 없이 참전하게 된다. 이런 체제는 결국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쟁억지력으로 작용한다.


전작권 반환 때까지 軍 예산 효율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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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자동개입에 안도하고 그 경제적 이익을 다른 곳에만 쓴다면 영원히 미국의 군사적 도움에 기대 살아야 한다. 지금부터 군사력을 슬기롭게 양성한다면 언젠가는 국민 모두 자신 있게 전작권을 전환하자고 입을 모을 수 있다. 우리 군사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오직 북한만을 상대하기 위해 특화된 군사력과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도 일전을 겨룰 수 있는 군사력이다. 전투기라고 해도 모두 같은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군함이라고 해도 다 같지 않다. 예를 들면 FA-50 같은 전투기는 북한에 대해서는 아주 유용한 전력이 되지만 중국이나 일본과 전력을 비교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군의 참수리고속정은 북한 해군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주변국에는 전혀 힘을 쓸 수 없다. 현대의 무기는 육해공 할 것 없이 대부분 30~40년이 유효기간이다. 즉 한번 만들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30년 이상은 써야 하기에 통일 이후를 대비해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도 통할 수 있는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

100여년 전 우리나라의 운명을 두고 서해에서 중국과 일본이 청일전쟁을, 동해에서 러시아와 일본이 러일전쟁을 벌였다. 최종 승리한 일본이 미국과 밀약한 후 우리나라를 집어삼켰다. 그때 그 나라들은 지금도 강력한 힘을 가진 채 이른바 '6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운명에 개입하고 있다. 100년 전의 조선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훨씬 강한 것은 맞지만 지금의 군사력은 철저하게 북한에만 특화된 군사력으로 양성돼왔다. 그마저도 미국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는 전력구조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통일이 온다면 우리가 일궈놓은 이 값비싼 무기들이 주변국에는 전혀 쓸모없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영토적 야심이 없는 미국에 전작권을 맡기고 새롭게 군사력을 건설해야 한다.

전작권 재연기로 번 시간적 여유를 미국에 대한 군사적 예속을 심화시키는 현재의 전력구조를 탈피하는 데 써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네 나라가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국방예산을 오직 애국의 마음으로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면 주변국이 우리를 함부로 못할 군사력을 가질 수 있다.

통일 후 겨냥한 강력한 군대 만들어야

일본의 국방예산 중 무기구매 예산 규모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자군이기주의 없이 잘만 집행하면 주변국 못지않은 전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실속보다는 부대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전력, 바뀌는 전장상황에 대한 대비보다는 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무기구매 행태 등이 없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통일 후 당당하게 미국으로부터는 전작권을 돌려받고 주변국에는 우리나라를 함부로 건드리면 재기불능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과시를 할 수 있다. 이제 100년 전과 달리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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