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전후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보유자산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우선 해외 회사채 투자 한도를 줄일 방침이다. 한은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IB)을 통해 인수하는 해외 회사채 한도를 미리 정해두고 일정한도에서 투자하고 있는데 앞으로 해외 IB에 배정된 투자한도를 모두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투자한 해외 회사채는 한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장 회사채를 매각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정한도를 축소하면 회사채 투자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조치는 미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가격이 하락하는 데 대한 대비로 풀이된다. 미 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덩달아 상승하면 회사채 금리도 올라가고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외환보유액을 가진 한은이 회사채 투자한도를 줄이기로 하면서 국제금융시장과 글로벌 IB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외환보유액 중 회사채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7.5%로 전년(15.9%)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외환보유액(3,635억9,000만달러)을 감안하면 대략 636억달러쯤 된다.
한은은 이전에도 외환보유액 운용체계 변화로 국제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바 있다. 지난 2005년 2월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해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문구를 집어넣자 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돼 글로벌 달러가치가 급락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BOK 쇼크'로 불렸다.
한은은 또 회사채 투자에 따른 신용위험을 효과적으로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도록 관련 파생상품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현재 3,715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일본·사우디아라비아·스위스·대만에 이어 6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