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문화계 결산] 도서정가 의무화 뜨거운 논란
올해 출판가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했다. 도서정가제 의무화를 둘러싼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온라인 서점, 그리고 정부 간의 줄다리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가 하면 벤처열풍에 힘입은 전자책(e-Book)에 대한 부푼 기대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실망으로 돌변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함께 남북간 교류가 본격화하자 출판계의 움직임도 빨라졌고, 전송권을 명시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 7월 발효되면서 온라인상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편 깊어가는 불황 속에서도 밀리언 셀러가 4종류나 쏟아져 나왔고, 서울 강남에 반디앤루니스와 영풍문고 강남점 등 대형서점이 속속 들어서 출판유통의 대형화를 진전시켰다.
이밖에 와우북이 골드북과 합병해 온-오프라인 서점 양 날개를 갖춘 것,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가 일산의 화정문고에 이어 을지서적을 인수한 것 등이 올해 출판계에서 기억할 만한 일이다.
◇도서정가제 의무화 반전 거듭= 도서정가제 의무화를 둘러싼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온라인 서점, 그리고 정부의 줄다리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도서정가제 문제는 출판시장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태풍의 눈. 대형 유통점에 이어 인터넷 서점들이 할인판매를 무기로 무섭게 시장을 잠식해 나가자 서점업계에서는 도서정가제 의무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고 출판시장의 다양성 파괴를 우려하는 출판계도 가세하고 나섰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문화관광부는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을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에 삽입해 지난 9월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인터넷 서점업계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도 입법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시 출판사들이 인터넷 할인 서점에 책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자 인터넷 서점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맞받아치며 법정 공방 직전까지 갔다가 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전국도서유통협의회(가칭)'가 출범함으로써 양자간의 절충안 모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이달 22일 이한동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규제개혁위원회가 도서정가제 도입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입장을 밝힘으로써 일단 온라인 서점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희망과 실망 엇갈린 전자책 = 전자책은 단말기에 내려받아 보는 새로운 읽기 방식과 종이책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총아로 떠올랐다.
올 봄부터 전자책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전자책이 수년 안에 종이책의 50% 이상을 대체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튀어나왔고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앞다투어 지원을 장담하고 나섰다.
실제로 북토피아, 바로북, YES24, 에버북 등이 유료 사이트를 통해 이문열, 이순원, 이인화, 구효서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도 하나둘씩 시중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보안기술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 지금까지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표준화 문제, 저작권 분쟁, 비싼 전용단말기 가격 등도 전자책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상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 고조= 전송권을 명시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 7월 발효되면서 온라인상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올해 출판계의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 법에 따라 출범한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는 11월 14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개시해 주목을 받고있다.
복사전송권관리센터는 책을 복사할 경우 면당 5원씩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고 우선 대학가 복사점들과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정부 부처, 공공기관, 일반 기업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전송에 따른 사용료도 면당 10원씩 징수할 방침이다.
◇남북합작출판 등 교류 물꼬= 남북정상회담의 개최와 함께 남북간 교류가 본격화하자 출판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2월 삼성당이 북한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조선요리전집'과 '조선민속전통' 시리즈를 펴낸 데 이어 '조선왕조실록'(대훈서적), '개성 이야기'(푸른 숲), '야담 삼천리'(현암사) 등도 남북합작출판 형태로 선을 보였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 관련 도서와 김일성-김정일 부자 관련 저작물들도 한동안 서점가의 진열대를 메우며 북한 특수를 누렸다.
◇밀리언 셀러가 4종류 쏟아져= 거듭되는 불황 속에서도 지난 2년 간 실종됐던 밀리언 셀러가 4종류나 쏟아져나온 것은 출판계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제4탄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이르기까지 10권을 합쳐 250만부를 헤아리고 있으며,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사회평론) 시리즈와 소설 '가시고기'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도 100만부를 넘어섰다.
◇대형서점이 속속 들어서= 서울 강남에 반디앤루니스와 영풍문고 강남점 등 대형서점이 속속 들어선 것이라든지 와우북이 골드북과 합병하며 온-오프라인 서점 양날개를 갖춘 것,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가 일산의 화정문고에 이어 을지서적을 인수한 것 등도 출판계의 눈길을 모았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