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중해야 할 카드규제 완화책

정부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소비를 진작키 위해 카드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현금 대출(서비스) 비중 축소 시한을 2007년으로 3년 연장하고 신용카드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의 근거였던 연체율 10%의 적용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한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현금대출 비중을 계산할 때 대환대출을 제외하는 등 대출기준도 풀어주기로 했다. 아울러 10월부터 14개 금융회사 공동의 채권추심 프로그램을 가동해 7조원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 약 100만명의 다중채무자에 대한 채무재조정(개인워크아웃)에 돌입한다. 정부의 9.27 카드대책이 나옴에 따라 우선 올 상반기 내내 연체율 인하로 씨름을 했던 카드사들로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올 6월말 현재 67.9%로 별반 줄어들지 않은 현금대출 비중은 대환대출의 제외로 5%포인트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마디로 카드사들은 단기대출을 급격하게 회수하지 않아도 되고 부실채권의 무리한 처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나친 소비위축을 피하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인 현금대출채권의 회수 우려를 불식시키는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9.27 카드대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미룬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카드대금 연체자의 원리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의 경우 2002년말 7조원에서 지난 8월말에는 15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급증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연체중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환대출을 현금대출에서 제외시킨 것 자체가 카드사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 하다. 지난 99년 김대중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규제완화와 은행 가계대출 확대 방안을 내놓았으며 그 결과 지난해부터 가계부실 확대와 신용불량자 양산사태를 초래했다. 참여정부의 9.27 카드규제완화조치가 신용불량자 확대와 카드사 부실화의 악순환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3.17 카드대책 때 내놓은 경영개선권고 기준을 반년도 되지 않아 허물어버리는 것은 아무리 내수 진작이 급하다고 하나 정책의 일관성을 도외시한 처사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실과도 너무 대조적이다. 정부의 정책이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잠재적 신용부실을 키울 가능성이 높은 9.27 카드대책의 후유증 방지를 위해 후속책 마련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기활성화의 또 다른 축인 투자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많이 고심해 주기 바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관련기사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