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얼마 전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는 부모의 재산과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와 형을 한꺼번에 연탄가스로 질식사시킨 사건이 있었다. 보험금을 노린 패륜 범죄가 잦아졌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가족 간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약 5년간 부모 등 친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 사법처리된 경우만 10만3,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심지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욕설과 증오가 난무하는 패륜카페마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가족 간의 유대와 연대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정보화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하고 관계나 교감보다 금전을 우선시하는 풍조를 부채질하고 있다. 범죄율뿐만 아니라 1인가구 증가, 이혼율 증가 등의 통계는 이런 추세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전체 1,734만가구 중 1인가구 비중이 23.9%인 414만가구에 달한다. 같은 해에 연간 11만7,000쌍이 이혼을 했으며 한해 혼인건수 대비 이혼건수가 35%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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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연대가 무너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대화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필자를 포함한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전통적 가치관에서 가족 간에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자란 세대이다. 그래서 아직도 여전히 가정 내에서 대화나 의논ㆍ토론 등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친화력이 뛰어난 직장인이거나 학교에서는 예의 바른 학생도 가정에서는 입을 닫고 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원인이 대화와 소통의 부재라면 해결책은 당연히 대화와 소통일 것이다. 서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 자녀에 대해서도 인격을 존중하고 지나친 강요나 일방적인 요구를 자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필자는 생명보험업계에 몸담으면서 잠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돌이켜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생명보험이 '가족과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우리 가족은 고통 받지 않아야 한다'는 바로 그 마음이다.

최근 극장가에 지능이 낮은 아빠와 어린 딸의 사랑과 감동을 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인기를 끈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작비가 적은 가족영화임에도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린 것이다. 영화의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족의 의미와 가족 사랑에 대한 갈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라는 글귀가 있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의미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외롭고 힘든 때가 돼서야 비로소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낀다. 가족을 사랑하고 지켜가는 마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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