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그룹-현대차 불꽃인수전 막올라

[M&A 큰 장 선다] 현대건설 24일 매각공고<br>현대그룹 - "그룹 경영권 달린 문제" 사활 걸어 현대차보다 자금력 불리 '걸림돌'<br>현대차그룹- 장자경영 명분속 후계절차 밑그림 '집안싸움 유발' 부정 여론은 부담


24일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불꽃 튀는 접전이 점화됐다.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두 곳.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천명한 현대그룹과 조용히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빅딜'인 현대건설 인수전 치고는 경쟁자 수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열기는 뜨거울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출사표'를 던지게 되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 이들 그룹이 배수의 진을 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앞으로 급물살을 타게 될 현대건설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다. ◇현대차그룹…이번이 '기회'=현대건설 매각이 처음 추진됐던 지난 2006년 이후 한번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현대차그룹이 이번 M&A에 참가하면서 던진 명분은 "범현대가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 현대건설을 장자가 경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후계 절차를 밟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25.1%의 지분을 보유한 엠코가 현대건설과 합병할 경우 지배구도 개선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에 부담이 크지 않을 정도로 현대건설의 몸집이 작아졌다는 것도 현대차그룹을 유혹하는 요인이다. 채권단의 지분이 줄면서 현대건설의 38.54%만 인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외시장에서의 선전과 우호적인 환율 덕택에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확보해 놨다. 현대차만 5조4,000억원, 그룹 전체로는 8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여론이다. M&A 시장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전문그룹이 대형 건설사를, 그것도 집안싸움을 해가며 집어삼키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워야 하고 '후계구도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M&A를 한다'는 데 대한 비난을 어떻게 감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걸림돌 제거된 현대그룹도 복병=현대차그룹에 맞서는 현대그룹은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건설 인수는 단순히 적통 계승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 차원이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그룹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그룹 지배구도의 핵심인 현대상선 지분은 현정은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43.87%, 현대중공업과 KCC 측이 31.45%, 현대건설이 8.3%를 갖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현대중공업ㆍKCC 등과 연합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범현대가의 지분이 40%에 육박,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오른다. 또 만약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으려 현대건설 인수 후 적대적 M&A를 추진한다면 현대그룹은 총력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다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시나리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건설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M&A의 핵심인 자금력에서 현대차그룹보다 불리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M&A를 위해 1조5,000억원을 확보해놨다고 밝히고 있다. 인수가격이 3조원 안팎일 것일 감안하면 나머지 부족자금의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17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채권회수 등에 대한 채권단 공동결의의 효력을 중단시킨 점이다. 현대건설 인수전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수년 동안 현대건설 인수만을 위해 달려온 현대그룹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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