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초등학생까지 反美바람 확산

제품불매·패러디 노래 인터넷통해 분위기 고조최근 동계올림픽과 미국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발언을 계기로 대학생ㆍ성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미국제품 불매운동'바람이 초등학생까지 번지고 있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공공연히 '미제 햄버거나 초콜릿은 안 먹겠다'고 말해 부모들을 놀라게 하거나 각종 온라인 게임에서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을 강탈한 '오노'를 괴물로 등장시켜 '미국반대'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면서도 "어린이들에게 국산품애용의 중요성을 각인 시켜 줄 수 있는 기회"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미국 햄버거는 안 먹을래요"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배윤호씨(40)는 퇴근길에 M사 햄버거와 K사 치킨을 사들고 귀가했다가 자녀로부터 "미국 제품은 먹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배씨는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아무 생각 없이 사 가지고 갔는데 순간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서울시내 각 초등학교 앞 상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어린이들이 초콜릿이나 과자를 사면서 가게 주인에게 미국제품 여부를 묻고 사는 경향이 부쩍 늘고 있다. 유상준(12ㆍ서울 덕수초등5)군은 "인터넷에서 대학생 형들이 미국은 나쁘다면서 미국제품은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을 봤다"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미국 때문에 뺏긴 것을 생각하면 미국과자가 싫어진다"고 말했다. ◆ 패러디 노래ㆍ 게임선 '오노 괴물'도 등장 '유행'에 가까운 어린이들의 미국반대 현상은 미 제품 불매 뿐 아니라 노래와 게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남성듀엣 '캔'의 '내 생애 봄날은 간다'를 패러디한 '내 생에 금메달은 간다'나 서태지의 '인터넷 전쟁'을 본 딴 "쇼트트랙 전쟁'의 노래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인 '공작왕', '천상비' 등에서도 오노선수가 괴물로 등장해 어린이들의 시각을 대변해 주고 있다. ◆ 국산품 애용 중요성 일깨워줘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들은 무조건적인 미국 배격보다는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상품을 애용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옛날에는 초등학교에서 국산품 애용에 대해 많은 교육을 했었지만 요즘은 시들한 것 같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소비 습관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대곤 전교조 초등위원회 정책국장은 "우리물건을 쓰자는 것은 일단 좋은 현상이지만 초등학생들이 일부 사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결과일 수도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은 국산품 사용에 대한 문제를 보다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