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산업계의 '에너지 불감증'

이진우 기자<산업부>

지난 29일 전자업체 A사의 사무실. 점심시간이라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리를 비웠지만 사무실에는 형광등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사무실 모퉁이마다 있는 회의실 역시 하루종일 회의가 없는 듯했지만 불이 켜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전자업체인 B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전자업체답게(?) 사무실 냉방기능이 워낙 좋아서인지 긴팔 와이셔츠 위에 간단한 웃옷을 걸친 사람들도 간혹 눈에 들어왔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면서 나라 전체에 에너지 비상이 걸렸지만 상당수 기업들의 상황은 이처럼 영 딴판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물론 사무실 전기를 끄거나 에어컨 냉방온도를 조금 낮춤으로써 생기는 비용절감 효과가 미미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고유가는 이제 특별한 비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1년 내내 사무실 불을 끄고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면서 얻는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직원들이 보다 나은 여건에서 근무함으로써 가져올 생산성 향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 위기 극복은 손쉽고 작은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 전 “과거와는 달리 정부와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유가 상승세에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 자체가 석유시장에 악재”라고 경고했다. 실제 손쉬운 절약책만 잘 실천하면 연간 10조원이 넘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때마침 30일에는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과 국내 8대 주요 가전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6대 가전기기 에너지효율 향상 협약식’을 갖고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전경련은 이날 불필요한 조명 끄기, 실내온도 낮추기, 반정장 근무 등 사무실 에너지 절약운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형식적이고 선언적인 구호만으로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도 범 국민적인 에너지 절약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의 경기불황에 이은 고유가 문제가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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