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공기업이 변한다고?

공무원 조직,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 각종 협회나 단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철밥통’을 꼽으라면 언뜻 떠오르는 대상들이다. 한결같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며 신분 보장이 상대적으로 잘돼 있는 곳들이다. 최근 환경이 변해서 자리보전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해당 조직원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정년까지 위기감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설사 자리보전이 어려워지더라도 자회사나 관계사 또는 영향력이 작용하는 곳들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신분의 변화’는 있겠지만 ‘신분의 위협’은 없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이들의 존재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데다 존재가치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존재가치를 얼마든지 창조해낼 능력들을 조직 및 조직구성원 모두가 지니고 있다. 나랏돈이나 회원사 회비에 절대 의존하다 보니 1년 단위로 살림살이를 정리한다는 점도 같다. 해마다 사용해야 하는 돈이 정해져 있어서 연말만 되면 남는 돈을 아무 곳에라도 쓰지 못해서 쩔쩔매는 것도 비슷하다. 이렇게 말하면 당사자들은 무척 불쾌하겠지만 서민들 눈에 비친 공기업의 이미지는 대체로 이 수준이다. 총체적 혁신 다짐하는 코트라 이런 공기업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모양이다.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된 KOTRA가 지난 5일 염곡동 본사에서 전임직원이 모여 이미지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과 무역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십분 인식, 고객(무역업체)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로 새롭게 탄생하겠다”는 다짐이다. KOTRA의 사업ㆍ조직ㆍ인사ㆍ경영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혁신적인 계획을 마련해 10년 뒤의 선진한국 위상에 걸맞은 ‘필요한 KOTRA’가 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여러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놓았지만 주된 골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겠다는 점이다. 사실 KOTRA 임직원 면면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출중하다. 조직이나 조직원 모두 다양한 경험과 오랜 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어 ‘국가 자산’으로 분류할 만하다. 문제는 이 같은 능력이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요구 수준’과는 상당히 먼 곳에서 작동해왔다는 점이다. KOTRA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얻은 곳도 많지만 그 숫자만큼 KOTRA 의 도움이 필요할 때 외면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곳도 많다. 홍기화 KOTRA 사장은 “절박한 위기감이 혁신의 원동력이자 성공의 관건”이라며 “변화와 도전은 가장 좋은 약”이라고 자가 진단했다. 내외부의 지적과 질타, 변화된 환경에 순응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철밥통' 이미지 쇄신 신호탄되길 그동안 공기업이 주는 이미지는 ‘변하지 않는 곳’이었다. 조직 또는 조직원에게 위험을 느낄 환경이 없으니 굳이 고생하면서 변해야 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를 포함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들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매번 그때뿐이다. 공기업 및 정부 산하기관의 몰상식한 행태들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이 되지만 정확하게 1년이 지나면 똑같은 행태, 또는 변형된 형태의 몰상식한 모습들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 새해 초부터 현대차 노사관계의 파행, 환율 변동으로 인한 경영 위기감, 정치적 불안정 등등 음울한 소식들만 잔뜩 나오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KOTRA의 다짐은 모처럼 들어보는 밝은 소식이다. 기자의 지적은 어렵사리 결심한 KOTRA에 재를 뿌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밝힌다. 오히려 KOTRA가 반드시 변화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덧붙여 말하면 KOTRA 변신의 성패는 홍 사장이 밝혔듯이 ‘절박한 위기감’의 강도에 달렸다.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철밥통’ 이미지로 자존심이 상했을 여타 공기업으로도 ‘희망의 변화’가 이어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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