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게놈이야기] 4. 암과 유전

암 세포를 정지하지 못하고 과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해보면, 엔진(암 유전자)이 통제를 벗어나 과도하게 작동하는 동시에 브레이크(암 억제유전자)가 고장난 상태라 할 수 있다. 두 부류의 유전자들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지만, 유전되는 양상은 같지 않다.체염색체들은 한 쌍으로 존재하며, 유전자들도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한 쌍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세포분열을 유도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분열이 계속돼 태아의 발달에 이상이 생긴다. 암 유전자는 하나의 유전자로 형질이 나타나는 우성유전을 한다. 그 경우 태아는 대개 유산 또는 사산된다. 반면 암 억제유전자는 체염색체 한 쌍 중 하나만 정상이면 태아가 문제없이 태어난다(열성유전). 그런데 나이가 들어 세포들이 무수한 돌연변이를 겪고, 그것을 원상으로 교정할 능력마저 떨어지면 어느 시점에서 나머지 하나의 암 억제유전자마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면 세포분열을 조절할 능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암 억제 유전자에 이상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유전자의 중복성은 여기서도 커다란 기여를 한다. 기능이 겹치는 여러 암 억제유전자들이 존재하며, 서로를 보완한다. 따라서 암은 그 유전자들의 돌연변이가 축적돼 총체적으로 더 이상 세포의 방어기능이 작동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암 자체가 유전된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암에 잘 걸리는 체질이 유전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대가 암으로 돌아가신 집안의 후손들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거의 모든 유전자는 한 쌍으로 존재하므로, 그것들이 각각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쓸데없는 근심을 덜게 될 수 있다. 아직 암 유전자와 억제 유전자들이 모두 발굴되지 못한 실정이지만, 인간유전체 프로젝트 완료로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검색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암 유전자나 억제 유전자들은 매우 많으므로 어떤 장기의 특정한 암에서도 관련 유전자가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암을 완전히 정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송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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