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퇴직연금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1958년생 개띠 지방공무원 김씨는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연금 250만원에 퇴직금 6,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결혼을 앞둔 딸과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 수시로 들어가는 경조사비 때문에 한숨이 나온다. 같은 1958년생 회사원 이씨는 퇴직을 앞두고 노후 대비 수준을 체크해봤다. 국민연금은 82만원이었다. 그것도 5년 뒤에야 지급된다. 퇴직금도 중간정산으로 찾아 썼기 때문에 5,000만원에 불과했다. 자녀 결혼 문제와 긴긴 노후를 생각하니 암담한 기분이 든다.

그나마 이씨는 행복한 편이다. 월 80만원 이상 고액(?)의 연금을 받는 경우는 연금 수급자의 5% 미만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공무원ㆍ사학ㆍ군인 연금 수급자가 5%를 차지하고 국민연금 수급자는 25%다. 나머지 70%는 연금이 없다. 이런 사각지대는 월 1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으로 메우고 있다. 그나마 10만원을 20만원으로 인상하려던 기초연금 공약은 재정 지속성이 우려돼 차등 지급하는 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2030년이 돼도 국민연금 수급자는 노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이란 점이다. 2030년에도 노인의 절반은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에 기대서 생활을 꾸려가야 할지 모른다.

선진국은 어떤가. 기초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영국과 캐나다ㆍ호주ㆍ네덜란드의 기초연금은 100만~135만원 정도다. 근래에 기초연금의 재정 지속성이 우려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부러운 수준이다. 우리의 국민연금은 40년 가입해야 매달 80만원 정도를 받는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기초연금 20만원이 합쳐져야 선진국의 기초연금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선진국은 기초연금 외에도 탄탄한 퇴직연금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은퇴자는 기초연금 50%와 퇴직연금 50%로 여유로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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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퇴직연금제도의 장점은 넉넉한 노후생활에만 그치지 않는다. 퇴직연금이 발달한 국가들은 연기금 규모가 크고 금융시장 경쟁력도 우수하다. 영국 2,400조원, 캐나다 1,200조원, 호주 1,500조원, 네덜란드 1,300조원 등 방대한 기금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 연기금은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정된 노후 대비 체계를 갖추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제도를 확충해야 한다. 그 방안은 퇴직일시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도 퇴직연금제도를 2005년에 도입하기는 했지만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는 400만명에 불과하다. 퇴직연금 기금 규모도 70조원에 그친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 금융시장 경쟁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금융시장 경쟁력 순위에서 71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퇴직일시금의 퇴직연금 전환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할 때 대개 자녀 학자금과 결혼 비용, 사업 자금 등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이제는 퇴직금에는 손대지 않겠다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은퇴 후의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제 금융계에서 큰손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400조원을 돌파해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등극했다. 앞으로 2020년 850조원, 2030년 1,730조원, 2040년 2,500조원으로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쌓은 탄탄한 노후 보장 체계가 금융시장 활성화를 이끌고 이것이 다시 노후 보장을 강화하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무엇보다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은퇴할 때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서 한 달에 200만원은 손에 쥐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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