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후손을 위해 새로 발견되는 유전을 개발하지 말고 보존할 것을 명령했다"고 13일 관영SPA통신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압둘라 국왕은 "유전이 새로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신(알라)의 자비에 따라 그대로 놓아두라"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유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국왕의 발언은 후손들이 먹고살 자원을 아껴놓으라는 순수한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ㆍ인도등 신흥개발국들의 고성장으로 석유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사우디의 현세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고유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후 석유자원이 고갈될 경우 사우디의 후손들은 사막을 또다시 돌아다니는 베두인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을 국왕이 염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증산 요구를 거부해온 사우디 입장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현재 고유가가 산유국의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원유를 증산하라고 요구해왔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하루 원유 생산 능력을 현재의 1,130만 배럴에서 내년 1,25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요구에 마지 못해 응했지만, 과연 증산에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왕정 체제에서 행정부가 국왕의 발언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도 최근 "시장에서 원유를 덤핑가격으로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증산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사우디의 한 석유 관련 소식통은 "계절적 요인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사우디가 최근 산유량을 하루 920만 배럴에서 900만 배럴로 줄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원유시장의 헤게머니를 쥐고 있는 사우디의 원유증산 회피 경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OPEC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지난 1월 2,780만배럴, 2월 2,760만 배럴에서 3월에는 2,730만배럴까지 연속적으로 감소했다. 에너지소비국으로 구성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산유국들이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IEA 관계자는 "올 2ㆍ4분기 계절적 수요 감소로 OPEC의 공식 생산량 발표와 실제 생산량 사이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IEA는 미국 경제 침체로 석유 수요 감소가 불기피하다는 OPEC과는 달리 올해도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로 글로벌 수요에 별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