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개발도상국에 변동환율제 강요말라"

■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br>장하준·아일린그레이블지음, 부키펴냄<br>"나라마다 상황달라 일방적 경제개방 안된다"<br>'신자유주의' 반대론 환율·통화부문 한층 보강<br>국영기업의 민영화 부작용도 구체적으로 정리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며 국영기업은 만성적 비효율, 낭비, 부실경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또 국제 민간 자본 이동을 자유화하면 수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변동환율제는 모든 개발도상국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제도다.’ 부자나라들이 개발도상국에게 주장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다가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친 영국의 대처 수상은 결국 “대안은 없다”고 선언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 해 온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Reclaiming Development)’에서 대처의 정책의 실수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마거릿 대처는 틀렸다. 대처의 선언은 신자유주의 정통이론의 오만하고 완고한 우월주의를 여실히 드러낸 것 뿐이다. 대안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대안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대안으로 경제발전 전망을 낙관할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문으로 구분되는 데 1장에서는 나라별로 정치ㆍ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경제를 개방해서는 안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이론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또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2장에서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무역과 산업, 민영화, 국제 민간 자본 흐름, 환율과 통화정책 등으로 나누고 각 부문에서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논리를 내세운 후 이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책을 풀어나간다. 그 동안 그의 책을 읽었던 독자라면 1장은 그간의 책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2장은 환율과 통화정책 부문 등 그동안 취약했던 부분을 대폭 보강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장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환율과 통화정책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인 아일린 그레이블 덴버 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와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환율과 통화정책 부문 역시 미국 등 신자유주의 이론을 강조하는 선진국에 개발도상국들이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변동환율제로 통화 가치 등락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작고 체질이 허약할 경우에는 신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변동환율제는 모든 개발도상국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제도’라는 논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경제가 안정된 기반을 갖춰 통화 변동 압력을 견딜 수 있게 된 후에야 통화 태환성(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자유롭게 다른 국가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 자신들과는 달리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변동환율제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책은 개발도상국들은 환율을 적정하게 고정하는 제도를 자본 통제와 함께 실시해 수출주도 성장과 금융안정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수익 획득을 목표로 투자대상국의 환율ㆍ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포트폴리오 투자 역시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두 저자는 각 나라의 고유조건에 따라 경제 정책은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 의제에 맞설 수 있도록 뿌리 단단한 이론과 대안을 다양한 시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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