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틸트로터 항공기 시대 '활짝'

"고정익기·헬리콥터 장점 하나로"<br>장거리·고속·제자리 비행-수직 이착륙등 가능<br>美해병대 실전 배치…민항기는 2010년 상용화<br>비싼 가격·속도비해 낮은 운송능력등 해결 과제

세계 최초의 상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V-22 오스프리가 항공모함 갑판에서 수직으로 떠오르고 있다.

V-22 오스프리의 고속 전진비행.

민간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BA609.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 TR918 이글아이.

틸트로터 항공기 시대 '활짝' "고정익기·헬리콥터 장점 하나로"장거리·고속·제자리 비행-수직 이착륙등 가능美해병대 실전 배치…민항기는 2010년 상용화비싼 가격·속도비해 낮은 운송능력등 해결 과제 이동훈 과학칼럼리스트 enitel@hanmail.net 세계 최초의 상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V-22 오스프리가 항공모함 갑판에서 수직으로 떠오르고 있다. V-22 오스프리의 고속 전진비행. 민간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BA609.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 TR918 이글아이. 수 십 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드디어 틸트로터 항공기가 올해 미 해병대에 실전 배치됐다. 9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민간 딜트로터 항공기는 지난 2003년 시험비행을 거쳐 오는 2010년 상용화될 전망이며, 무인 틸트로터 항공기 역시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일반적인 형태의 고정익(固定翼) 항공기와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回轉翼) 항공기의 장점만을 결합한 틸트로터 항공기는 고정익 항공기 수준의 비행 고도와 속도, 그리고 항속거리를 자랑한다. 여기에 회전익 항공기의 제자리 비행과 수직 이착륙 등 운용 편리성까지 갖추고 있어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틸트로터 항공기 시대가 본격 개막된 것이다. 회전익기 + 고정익기 = 틸트로터 항공기하면 일반적으로 유선형 동체에다 날개에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고정익 항공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회전익 항공기, 즉 헬리콥터는 항공기의 운용 유연성과 활용도를 크게 확장시켰다. 오직 앞으로만 나는 고정익 항공기와 달리 헬리콥터는 미속으로 전진하거나 제자리 비행, 심지어는 후진까지 가능하다. 특히 수직 이착륙을 구현, 긴 활주로도 필요 없다. 하지만 헬리콥터는 회전 날개인 로터(rotor)를 사용하는 특성상 고정익 항공기 수준의 고공 및 고속 비행이 불가능하다. 기체의 속도가 로터의 회전속도보다 빨라지면 동체가 로터로부터 제공받는 추력이 제로(0)가 돼 양력을 상실,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력은 항공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고, 양력은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항공기를 뜨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헬리콥터는 지상 6,000m 이상에서는 비행이 어렵다. 공기 밀도가 너무 낮아 로터의 회전을 통해 충분한 양력을 공급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는 각각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갖고 있는 것이다. 틸트로터(tiltrotor) 항공기는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의 장점만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개념의 컨버전스형 항공기다. 사실 틸트로터 항공기는 명칭 자체에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로터(rotor)의 방향이 바뀌는(tilt)는 비행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 실제 틸트로터 항공기는 이착륙이나 정지비행을 할 때는 헬리콥터처럼 로터를 위로 향해 양력을 얻고, 전진비행을 할 때는 고정익 항공기처럼 로터를 앞으로 기울여 양력과 추력을 동시에 얻는다. 고정익 항공기 수준의 고공, 고속, 장거리 비행과 헬리콥터의 제자리 비행 및 수직 이착륙이 모두 가능한 것. 틸트로터 항공기의 로터를 고정익 항공기의 프로펠러와 헬리콥터의 로터를 합쳐 '프롭로터'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틸트로터 항공기는 적 지역 침투를 위한 군용 수송기, 기타 긴급 용도의 항공기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진비행을 할 때 소음이 적어 도심지 상공을 자주 비행해야 하는 민간용으로도 제격이다. 군용기, 민항기, 그리고 UAV 틸트로터 항공기는 얼마 전 미 해병대가 'V-22 오스프리'를 이라크에 실전 배치하며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틸트로터 항공기 개발은 지난 1940년대부터 시작됐다. 1955년에는 미국 벨사에 의해 실험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XV-3'가 처녀비행에 성공했으며, 이후에도 다수의 모델들이 개발돼 틸트로터 항공기의 장점을 입증해 냈다. 벨사와 보잉사의 합작품이자 세계 최초의 상용 틸트로터 항공기인 V-22 오스프리의 탄생도 이 같은 연구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대 32명의 무장병력 또는 6.75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 V-22 오스프리는 최고 속도가 시속 509km, 최대 상승고도는 8,000m에 이른다. 같은 용도로 쓰이는 CH-47 헬리콥터가 시속 315km의 최고 속도, 5,640m의 상승한도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V-22 오스프리의 우수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벨사는 최근 V-22 오스프리의 성공에 힘입어 이탈리아의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사와 함께 민간시장을 겨냥한 틸트로터 항공기 'BA609'의 생산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03년 처녀비행에 성공한 BA609는 9명의 승객 또는 2.5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오는 201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틸트로터 항공기에는 무인기(UAV)도 있다. 벨사가 미 해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를 위해 제작한 'TR918 이글아이' 가 바로 그것. 정찰용, 공격용으로 활용 가능한 이글아이의 최고 속도는 시속 360km, 실용 상승한도는 6,000m다. 비싼 가격 등 문제점도 많아 틸트로터 항공기는 장점도 많지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가장 시급한 선결 과제는 가격 경쟁력 확보다. 비행 중 프롭로터의 방향을 바꾸는 메커니즘의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투자돼 제조 단가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것. 실제 V-22 오스프리의 경우 대당 가격이 7,000만 달러(650억원)나 한다. 이는 앞서 비교했던 CH-47 헬리콥터의 6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한 틸트로터 항공기의 동력 계통은 헬리콥터보다 크고 무거우며 복잡하다. 사람이 타거나 화물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비행 속도가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속도 대비 화물중량(운송효율지수) 면에서는 아직 일반 헬리콥터를 넘어서지 못한다. 오토 로테이션 기능이 없는 것도 문제다. 헬리콥터는 착륙할 때 아래쪽의 바람을 받아 로터가 회전함으로써 양력을 발생, 안전하게 착지한다. 이에 비해 틸트로터 항공기는 엔진 고장 등으로 프롭로터의 동력이 끊어지면 이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소용돌이 링(Vortex Ring) 현상의 해결도 난제로 꼽힌다. 강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전진속도가 너무 느릴 경우 로터 끝에서 와류가 발생, 양력 저하로 추락하는 소용돌이 링 현상은 모든 회전익 항공기의 영원한 숙제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보다는 틸트로터 항공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메리트가 훨씬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틸트로터 항공기의 성능 개선을 위한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벨사와 보잉사가 수송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수송용 틸트로터 항공기를 연구 중에 있다는 사실이 좋은 예다. 틸트로터 항공기는 이제 막 항공무대에 올라섰지만 머지않아 군용 및 민간 항공기 시장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력시간 : 2007/11/2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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