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팔자'… 수급 경고등
외국인,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완료후 '사자' 전환 가능성
외국인과 기관들이 매도공세로 일관, 최근 수급장세에 경고등이 켜졌다.
외국인은 14일 거래소에서 2,030억원을 내다파는 등 최근 5일간 9,23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중 95%(8,760억원)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이어 LG전자ㆍ포스코 순으로 팔았다. 기관도 이날 1,14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4일째 '팔자'에 주력했다. 여기에다 프로그램 매매도 사흘째 순매도를 기록해 주가에 부담을 줬다.
종합주가지수는 6일째 하락하며 850선 이하로 밀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구리 등 원자재가 하락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중국 관련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당분간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지나 숨고르기를 거친 뒤 다시 주식매입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LG증권 연구원은 "지난 5~6월 지수 급락기에도 외국인은 누적으로는 순매수했으나 이번에는 월간기준으로 처음으로 누적순매도를 기록했다"며 "IT 외 철강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증시도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연내 75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반면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겠지만 3ㆍ4분기 실적발표를 고비로 추가매도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향후 외국인 매도규모가 감소하며 지수조정은 820~830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 IT기업의 실적부진, 미국증시 하락, 프로그램 매도가 겹치며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외에도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비중이 최근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인텔 등 미국 IT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여의치 않은 것에 따른 것"이라며 "8~9월 아시아증시가 반등할 때 소외된 타이완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박천웅 모건스탠리 상무는 "외국인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 항상 삼성전자를 팔아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된 뒤 삼성전자의 주가가 재평가를 받을 경우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고 연기금도 연내 주식매입 목표치를 채우는 데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경우 연내 8,000억원어치를 매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총 400만주의 자사주 매입물량 중 191만주 이상을 사들였다"며 "삼성전자의 최저점은 40만원선으로 보며 기업가치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 판단이 설 때 외국인들이 재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이익 모멘텀을 유지하는 에너지ㆍ운송ㆍ조선ㆍ건설업종 등의 대표주에 주목하라"고 권유했다.
고광본 기자 kbgo@sed.co.kr
입력시간 : 2004-10-14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