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봉화산 등 가족꽃길산행 가볼만"붉디 붉은 바위 끝에 잡고 온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 저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신라 향가 '헌화가'이다. 여기서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바쳤던 꽃은 다름 아닌 철쭉이었다는 일설이 있다.
철쭉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수수함에 가깝다. 바위 틈에 수줍은듯 발그레 피는 꽃, 드넓은 산야를 진분홍 불꽃으로 태우는 순수. 그래서 철쭉은 아름답다.
철쭉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어쩌면 '헌화가'의 소 끄는 노인의 심정과도 그렇게 닮았을까. 계절의 여왕인 5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철쭉 만발한 산들을 찾아 사랑의 기쁨을 누려보자.
진달래 하면 곧바로 여수 영취산이 떠오르듯 철쭉 명산으로는 지리산 바래봉이 유명하다.
군락지의 꽃 자태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두 곳 각기 진달래와 철쭉 꽃잔치의 서막을 여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래봉은 4월 하순부터 산 밑둥에서 철쭉이 피기 시작해 5월하순엔 정상까지 꽃으로 붉게 물든다. 철쭉은 정상 8부 능선에서부터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있는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이다.
이곳 철쭉은 꽃잎이 크고 빛깔이 좋기로 이름이 나있다.
5월초 철쭉이 만개하는 남원 봉화산과 5월중순께 절정에 이르는 가평 연인산은 요즘 가볼만한 산행지이다.
봉화산 철쭉은 정상에서 남쪽으로 2km 지점인 꼬부랑재 남면으로부터 치재에 이르는 1km 정도 되는 능선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봉화산에서 철쭉이 제일 많은 곳은 치재와 봉화산 정상의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꼬부랑재 부근이다.
연인산 철쭉은 장수봉ㆍ우정봉ㆍ매봉ㆍ칼봉ㆍ노적봉 등 해발 800미터 이상 고봉들을 따라 철쭉이 동굴처럼 이어진다.
청풍능선과 연인능선은 꽃빛이 교태롭고, 우정능선은 잣나무와 고목과 함께 철쭉이 화사하다. 철쭉 산행로는 백둔리에서 장수고개를 거쳐 오르는 코스가 비교적 용이하다.
소백산ㆍ태백산과 정선 두위봉에서는 5월말이나 6월초까지 철쭉의 아름다움을 만끽할수 있다.
소백산은 초원과 철쭉, 주목군락과 철쭉이 조화를 이룬 철쭉명산. 정상 비로봉에서 동북쪽의 국망봉, 구인사 못미쳐 신선봉, 연화봉 등 능선을 따라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희방사에서 오르는 연화봉은 철쭉능선이 수천평에 달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
번잡함을 피해 철쭉을 감상하려면 정상인 비로봉 부근이 좋다.
태백산은 5월말께 철쭉이 제 빛을 발한다. 철쭉 산행로는 유일사 쉼터를 거쳐 장군봉에 오르는 유일사 코스. 이 길을 따라가면 검붉은 주목과 분홍빛 철쭉을 함께 보면서 정상인 장군봉에 오르게 된다. 하산은 천제단쪽으로 방향으로 잡아도 좋다. 완만한 내리막에 드넓은 철쭉꽃밭을 형성하고 있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