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갈등에 휘말린 현대상선이 우리사주 청약을 순조롭게 마침에 따라 기존 주주 청약을 위한 유상증자 2라운드에 돌입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3일 마감된 우리사주 청약에 대부분의 사원들이 응함에 따라 1차 목표인 우리사주를 통한 현대그룹 우호지분 끌어올리기에 성공했다"면서 "이제는 주주명부 확인을 통해 아군과 적군을 판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2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살펴보더라도 현대중공업 우호세력으로 의심되는 주주들을 가려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현대미포조선 같은 계열사가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임직원들이 이번 유상증자 청약을 통해 우리사주 기존 지분율을 3.89%에서 8.23%로 늘림에 따라 현대그룹은 우호지분을 기존 34.74%에서 30% 후반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일단 현대그룹은 지난 19일 폐쇄된 구주주 명단을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주관사인 현대증권으로부터 건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면밀한 파악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속내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측은 "일단 주주명부를 검토해본 뒤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수위를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만약 현대중공업측이 추가 지분을 매입한 의혹이 발견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단순 투자목적이지 경영권 행사 의도가 없다고대국민 선언까지 한만큼 이를 뒤집을 경우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목적임을 되풀이하면서무대응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아무리 투자목적이라고 말해도 상대방이 믿지 않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며 우리의 우호적인 의도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명부를 검토하더라도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 우호세력의 지분이더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 추후 이사회를 통해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사주 청약을 마친 현대상선은 6월 14일과 15일 구주주 청약을 받고 실권주 발생시 6월 19일 이사회를 열어 우호세력에게 제3자 배정을 통해 우호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한 뒤 7월 4일 신주를 상장해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