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규모로 보아도 월드컵은 지상 최대의 흥행 쇼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이 공식 마케팅 사업자(ISL: 국제스포츠레저사)에게서 받은 중계권료는 1조 원이 훨씬 넘는 미화 9억 달러이다.
기업 후원금도 4600억원(3억5400만 달러)이다. 국제축구연맹의 힘이 돈에서 나온다는 것은 예산 배정을 개관해도 알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 책정한 예산은 6012억 원(5억2400만달러)으로 프랑스 월드컵 때의 두 배이다. 이 예산액 가운데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에 지급하는 돈이 2600억 원(2억 달러)이다. 월드컵 우승국 상금은 161억 원(1240만 달러)이다.
월드컵의 돈 놀음은 축구장 관람석에서도 들어 난다. 한.일 월드컵 입장권 150만장 가운데 한국에 배정된 것은 81만6000여 장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원가 12만8000원짜리 한국-폴란드전 2등석 입장권은 40∼50만 원에, 원가 7만6000원 짜리 한국-미국전 3등석 입장권은 20∼30만원에 거래되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원가 750 달러 짜리 결승전 입장권 1등석은 무려 500만 원(4250 달러)에 거래되었다. 500달러 짜리 2등석도 400만원 가까운 값에 팔렸다. 스카이박스와 프레스티지 객실은 일반 1∼3등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호화판이다. 경기장 중앙의 높은 곳에 위치한 이 관람 객실 입장객 수는 1명에서 53명까지이다.
예선전 때 임대료는 객실 당 1400만원에서 1600만원, 가장 큰 53인실은 5000만원이다. 프레스티지 좌석은 뷔페와 음료를 제공하며 관람석은 1등석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을 배정한다. 가격은 67만원∼93만원. 수원 경기장의 경우 스카이 박스가 28개, 프레스티지가 350석이라 한다.
인천 문학경기장 앞은 한국-포르투갈전 당일에 현장에서 판매하는 입장권을 사려고 수 천명의 시민이 500여개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어떤 사람은 3박4일의 지루한 기다림을 감수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짜로 좋은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즐기는 특권층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개막전과 조별 리그 가운데 한 경기, 16강 이상 한 경기 등 모두 세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공짜 표를 월드컵 조직위에서 얻었다고 보도되었다.
우선 국회의원들은 스카이 박스에서 개막전 공짜구경을 했다. 한국-미국전 초청 인사 명단에 들어간 인사들은 청와대, 정관계, 전직대통령 가족 등 힘있는 특권층들이다. 월드컵 경기장 앞의 텐트촌 사람들과 격차가 너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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