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명제보완 시급하다(사설)

금융실명제가 다시금 핫 이슈가 되고 있다. 보름전 전경련이 유보를 주장, 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정부의 반대로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번엔 정치권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국민회의·국민신당 등 3당의 대선후보들은 실명제의 보완·유보를 일제히 공약으로 내세워 차기정권에서는 최소한 보완이 불가피해졌다.정치권의 실명제 보완·유보 주장은 대체로 전경련의 지적과 그궤를 같이하지만 강도가 높다. 정치권은 실명제가 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범」의 하나처럼 톤을 높이고 있다. 실명제에 대한 정치권의 이같은 시각은 문제가 있다. 현 정권의 경제실정을 부각시켜 기득권층에 어필하겠다는 선심성이라고 하지만 「실명제=경제위기」라는 등식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 93년 8월12일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전격시행된 실명제는 그동안 부작용도 많았다. 특히 「과거」를 묻는 사정식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렇다. 또 예금자 비밀보호장치가 미흡, 저축률이 떨어져 부유층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꼴이 됐다. 자금의 해외유출도 늘었다. 전경련은 올들어 6월말까지 경상수지가 1백억달러를 넘어선데는 상당부분이 자금의 해외유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명제는 30조원대로 추정되는 검은 돈의 흐름을 막아버렸다는 비난도 듣고있다. 이 돈이 지하로 숨어들어가는 바람에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이다. 이 자금을 양성화시켜 산업자금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은 공감이 간다. 그런데도 불구, 실명제는 경제정의의 실현과 정경유착의 고리차단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것도 사실이다. 모처럼 방향을 잡아가는 제도를 폐지하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의 반대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부도 일보직전의 위기상황이다. 위기극복에 필요한 일이라면 정부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실명제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보완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침 실명제 대체입법도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치권도 보완·유보를 주장하고 있는 터인지라 보완하는 선이라면 현 회기중이라도 통과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경제대책은 필요한때는 나오지 않고 버스 지나간 뒤에 나와 약효가 없었다. 이번 실명제 보완대책만큼은 실기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처방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실명제는 문민정부의 최대 치적가운데 하나다. 여느면 후퇴라는 점에서 저항감도 있겠지만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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