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ㆍ현대ㆍ한진그룹이 최근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와 주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선 계획 이행 여부는 물론 업황 전망, 계열사의 자금 부담 등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 접근을 주문했다.
동부제철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2,990원으로 마감했다. 동부건설과 동부하이텍도 상한가를 기록했고 동부CNI(14.98%), 동부증권(6.82%) 등 동부그룹주가 일제히 올랐다. 동부그룹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강도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17일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무리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구계획에는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매각,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자구안이 긍정적이지만 투자는 이행 과정을 지켜보며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민경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단계적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화끈한 조치를 단행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개선 방안이 자산 매각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행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각에 관한 딜이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책인지, 의욕만 앞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동부화재는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아온 그룹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구계획이 동부화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지원 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부진했던 점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이번 발표는 굉장한 호재로 평가되며 그룹 리스크가 해소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동부화재에 대한 투자를 고민한다면 지금 매수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내놓은 자산 매각 등 1조원 규모의 재구무조 개선 자구계획은 '할 만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불안한 해운 업황이나 자구책 이행 여부 등을 고려할 때 투자시기는 늦추는 편이 좋다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은 이날 5.38% 내린 1만55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2.49% 빠진 5만1,000원을 기록했다. '동부그룹과 비교해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된데다 '3ㆍ4분기 실적부진(영업손실 462억원)'과 '신용등급 강등(A-→BBB+)'이라는 3중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대상선이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해 대체로 '이 정도면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에 부산 신항만터미널 지분 50% 매각, 유상증자 및 선박ㆍ컨테이너 매각, 영구채 발행 등 총 1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출한 상태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금을 최대한 확보했고 자산매각에 영구채 발행 계획까지 내놓았다"며 "여기에 3ㆍ4분기 컨테이너 부문이 영업흑자로 돌아서는 등 비용절감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어 재무구조개선 자구안이 미흡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당분간 주가의 불확실성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는 잠시 보류하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현대상선의 주가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단순 업황 부진의 문제가 아닌 유동성 문제로 자금 지원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자구안 이행 여부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투자 시기는 잠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은 추가자금 조달과 이에 따른 계열사의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진그룹은 10월30일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6,146주(15.33%)를 담보로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을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의 선박 등 1,400억원 규모의 자산을 확보하고 다시 1,500억원을 1년간 한진해운에 대여해주기로 결정했다. 한진해운은 이에 더해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과 터미널ㆍ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약 6,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이날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조회공시에 답변하면서 그룹 내에서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어 그룹사들의 주가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자구책도 한진해운 자체자금으로 부족해 유상증자 등으로 다시 그룹내 우량사인 대한항공에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 긍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사 내에서 대한항공의 자금여력만 높은 상황이라 한진해운에 자금을 더 지원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자금지원 등으로 시장의 잡음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룹사에 대한 주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