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 '국제시장' 흥행돌풍 왜] 굴곡진 현대사에 녹여낸 '아버지 스토리'… 세대초월 진한 울림

흥남철수·파독광부·이산상봉 등 시대상 완벽재연

뛰어난 디테일·가족애 버무린 탄탄한 연출력 빛나

적절한 개봉 타이밍·배급사 입소문 마케팅도 한몫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 열기가 세밑을 후끈 달구고 있다. 영화는 지난 28일 개봉 12일 만에 400만관객을 돌파했으며 30일 현재도 예매율 1위로 관객 수 456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국제시장'은 2015년 첫 1,000만관객 돌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객들이 '국제시장'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 즉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라는 소재일 것이다. 사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각각의 사건들을 깊숙이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이처럼 40년에 가까운 역사 그 자체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구현해낸 시도는 전에 없었다.


윤제균 감독은 1950~1980년대를 살아온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지 못할 시대의 상흔을 영화 속으로 하나둘 불러온다.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로 시작해 파독 광부, 베트남전쟁 기술근로자,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은 아버지 세대에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는 아버지를 이해하게끔 하는 계기를 제공하며 모든 세대에 걸친 공감을 획득한다. 파란만장의 개인사가 한국 현대사와 극적으로 버무려지며 관객에 진한 울림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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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막대한 컴퓨터그래픽(CG) 투자로 재연한 도입 부문의 흥남철수 장면은 피란민 10만명을 구출한 한국판 '쉰들러' 현봉학 박사의 인간애와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먹는 웅장한 서사를 보여준다. 아울러 여기에 덧씌워진 '가족애'는 남녀노소 모두가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정서다. 자식 세대 사이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부모 세대에서는 "자식들에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라는 평가가 나오며 연말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기에 딱 좋은 영화가 된 것이다. 실제 주요 포털 사이트나 대형 극장 사이트를 보면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세대가 영화에 9점 이상의 평점을 주고 있다.

지난주 말 영화를 봤다는 직장인 박모(43)씨는 "클라이맥스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스크린을 볼 수 없었다"며 "사방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말했다.

영화의 만듦새도 흥행에 한몫했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국제시장'은 작은 소품부터 장엄한 스케일의 배경까지, 시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각기 다른 시대영역을 보여주기 위해 총 1만여벌의 의상이 사용됐고 덕수네가 자리를 잡은 국제시장을 나타내기 위해 총 100일에 걸쳐 폭 100m, 직선거리 150m에 달하는 대규모 세트가 설치됐다. 흥남부두 철수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400명에 달하는 보조출연자가 함께했다. 특히 1960년대 파독 광부와 베트남 파견 에피소드를 실감 나게 그리기 위해 체코와 태국 현지 촬영을 했는다. 팀은 당시 독일 함보른 광산을 재현하기 위해 광산을 개조한 체코 오스트라바 석탄박물관에서 촬영을 진행했으며 영화에 등장한 채굴장비는 당시 실제 탄광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해운대' 등으로 천만관객몰이에 성공한 바 있던 윤 감독의 연출력과 '웃고 울리는' 능력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국제시장'이 보여주는 연대기적 구성은 관객들의 몰입을 놓칠 수 있어 대중영화로서는 모험적인 연출 방식이다. 그러나 윤 감독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뛰어난 디테일로 관객의 집중력을 끝까지 가져간다. "사실 '국제시장'은 '그때 우리가 힘들었다'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어 자칫 촌스러운 신파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고차원적인 웃음의 비중을 눈물보다 높게 잡고 감으로써 지나친 감상주의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희석시켰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영화의 성공에 따뜻한 눈물이 어울리는 겨울을 개봉 시기로 잡은 점이나 대형 배급사인 CJ의 입소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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