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8일] 대형마트 PB상품은 누구 책임?

최근 이사한 한 지인의 얘기다. 청소용 세제를 사기 위해 인근 대형마트에 간 그는 마트 자체브랜드(PB)상품 세제를 구입했다. 유명 마트의 친환경 제품이라는 데 신뢰가 갔다. 일반 세제보다 최고 10% 정도 저렴한 가격대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제품으로 거실 대리석벽을 닦자 졸지에 검은색 대리석은 흰색이 돼버렸다. 물이 빠지면서 탈색된 것이다. 그는 마트에 항의했지만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며 해당 제조업체에 전화해서 직접 상담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어렵사리 해당 제조업체에 전화 연결이 됐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워낙 소규모 업체이다 보니 피해보상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결국 하얗게 탈색된 대리석을 원상 복구하는 길은 PB상품을 잘못 고른 소비자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뿐이었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대형마트들은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심리에 맞춰 PB상품을 한층 늘리는 추세다. 시장 1위 브랜드조차 PB상품 대열에 합류할 정도다. 문제는 PB상품이 늘어날수록 피해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최근 멜라민 파동 와중에 대형마트 3사의 건빵 PB제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 지난해에는 이마트의 가루녹차 PB상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됐으며 홈플러스의 참기름에서는 발암물질이 나왔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7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PB상품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PB상품 구입 후 불만을 느끼거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30%나 됐다. 사정이 이런데 대형마트들은 PB상품을 문어발처럼 확장하는 데만 집중하고 정작 문제가 터지면 나 몰라라 하고 있어 기막힐 노릇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의 PB상품 확대는 제조업체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논란거리였지만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마트 브랜드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이점으로 옹호론이 더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들은 시장이 커질수록 책임도 뒤따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PB상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들이 PB상품에 대해 제조업체와 연대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의 정비가 시급하다. 그래야만 애꿎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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