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현대차 대졸 공채 '이공계 인문학적 소양 검증'

"엔저·친환경 경쟁 속 글로벌 전략 로마·몽골 제국과 연계해 풀어라"

"현대차 상황 - 역사관 접목… 정몽구 회장 신념담은 문제"

현대차그룹의 하반기 공채 지원자들이 9일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에서 인적성검사(HMAT)를 본 후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현대차를 포함한 15개 계열사 지원자 2만여명은 서울·부산·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일제히 시험을 치렀다. /권욱기자

'로마· 몽골 제국의 성장과정과 이를 통해 현대차가 얻어야 할 글로벌 전략 시사점에 대해 논하라.'

'우리나라 위인 가운데 신사임당처럼 시대적 상황에 의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서술하라.'


9일 서울 송파구와 부산·전주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일제히 시행된 현대차의 하반기 대졸 공채시험에 등장한 역사 에세이 문항이다. 이번 시험문제는 인문계가 아닌 이공계가 그 대상이다. 현대차의 경우 인문계는 올해부터 상시채용제로 전환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8시부터 진행된 인적성검사(HMAT)에서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계열사는 언어·논리·도식 등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항으로만 시험을 구성했다.

반면 그룹의 맏형이자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현대차 지원자들은 280분간의 HMAT 이후 40분 동안 700자 내외의 역사 에세이 2개를 작성하는 논술시험을 추가로 치렀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기업 최초로 역사 논술을 전형에 도입한 현대차가 이번에도 "인문학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를 담은 질문을 지원자들에게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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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험 문항은 급변하는 환율과 친환경 기술 경쟁에 맞닥쳐 있는 현대차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과 연계에 풀어내라고 한 점에서 단순히 역사 수준과 논리 등을 파악한 지난해 하반기 및 올해 상반기 공채와 차이가 난다.

이전까지는 '고려와 조선시대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를 쓰라' '(조선시대 과거 시험문제를 예로 들며) 조직의 리더로서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들이고 내치는 방도를 논하라' 등 역사와 조직 일반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항이 주를 이뤘다.

올해 출제경향에 대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인문학 지식을 넘어 '확고한 역사관을 견지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정 회장의 신념이 담긴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험을 본 한 취업준비생은 "역사 시험문제의 수준이 너무 높아 당황했다"며 "이제는 이공계라도 역사 공부를 더 하고 논리적 사고 수준도 높여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채시험을 통과한 취업준비생은 이달 중순과 다음달 중순 1·2차 면접을 거쳐 내년 초 '현대맨'으로 첫출발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최종 합격자의 8배수 정도가 이날 시험을 봤다"며 "향후 진행되는 상시채용까지 합하면 그룹 전체에서 올 하반기에만 2,460명을 뽑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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