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4龍 혈투만 남았다

유럽 축구만이 살아 남았다.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006독일월드컵이 독일-이탈리아, 포르투갈-프랑스의 4강 격돌로 압축됐다. 2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8강전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승후보 0순위로 꼽았던 브라질이 ‘아트사커’의 덫에 걸려 충격의 패배를 당했고 ‘종가’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의 악몽에 또 한번 시달리며 포르투갈에 4강 티켓을 헌납했다. 1일 경기에서는 독일이 가장 화끈한 화력을 자랑한다는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 끝에 울렸고 유난히 대진운이 좋은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를 물리쳐 비교적 편안하게 4강에 진출했다. 독일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16년만에, 이탈리아는 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24년만에, 프랑스는 98년 자국대회 이후 8년만에 각각 우승에 도전한다. 포르투갈은 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후 40년만에 4강에 올라 사상 첫 우승을 꿈꾸게 됐다. ◇독일-이탈리아(5일 오전4시ㆍ도르트문트)= 독일의 화력과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의 대결 형국이지만 8강전까지 득점은 독일 11골, 이탈리아 9골로 큰 차이가 없다. 개최국 독일의 가장 큰 힘은 자신감이다. 독일은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다소 밀리기는 했지만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에서 수문장 옌스 레만의 수훈으로 4강 티켓을 따내면서 기세가 더욱 올랐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토너먼트를 거쳐가면서 강해지는 스타일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8강 우크라이나전에서 루카 토니가 2골을 뿜어내며 3대0 완승을 거두는 등 득점력도 좋아지는 모습이다. 빗장수비는 이름 그대로 견고하다. 8강까지 5경기에서 1실점했지만 조별리그 미국전의 유일한 실점도 자책골이었다.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이탈리아가 5승5무3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고 특히 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가 2승2무로 무패를 기록중이다. ◇포르투갈-프랑스(6일 오전4시ㆍ뮌헨)= 포르투갈은 8강 잉글랜드전에서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중원의 핵 데쿠 없이도 승리해 4강전 때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프랑스는 한국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1대1로 비겼을 때만 해도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지만 무적함대 스페인과 세계최강 브라질을 연파하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팀의 대결은 루이스 피구와 지네딘 지단의 마지막 ‘중원싸움’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둘은 유럽의 대표적 공격형 미드필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이번이 나란히 월드컵 고별무대다. 티에리 앙리가 살아난 프랑스가 공격에서, 피구ㆍ데쿠ㆍ마니시가 포진한 포르투갈이 미드필더에서 각각 약간의 우위를 보여 접전이 예상된다. 역대전적은 프랑스가 압도적으로 앞서며 특히 96년 이후 4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